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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언론」과 정부의 할 일/이민웅 한양대교수·언론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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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언론」과 정부의 할 일/이민웅 한양대교수·언론학(특별기고)

입력
1996.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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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살인사건까지 일어난 마당이라 재벌언론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근 논의가 다소 흥분된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핵심쟁점이 어딘지 모르게 한 쪽으로 흐르고 있고 제시되는 대처방안도 다소 감정적으로 보인다. 막강한 경제력을 장악한 재벌기업의 언론진출이 우리 사회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재벌기업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언론을 공격 및 방어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 또 재벌기업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구조를 유지하고 새로 이끌어 내기 위해 유리한 정보와 견해를 확대보도하는 반면에 불리한 정보와 견해를 묵살, 축소, 심지어 비난하는,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재벌기업의 언론장악은 민주사회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린다. 공공문제에 관한 정보와 견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공공문제에 관한 사회적 의사결정, 즉 정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경제세력이 정치권력까지 장악하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그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일부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튼튼한 재력의 뒷받침으로 최소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비언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발전된 제작시설을 제때에 도입하여 정보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폐해가 장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고, 또 그들의 우월적 지위를 정보서비스의 질적 향상보다는 시장교란용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그 대처방안이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는 논리는 경쟁의 원칙과 다원주의원칙이다. 먼저 경쟁은 정글에서 짐승들이 싸우는 것처럼 제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경기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강자를 낳고 경쟁자의 수를 줄인다. 경쟁에서 세력을 키운 강자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독점적 이익을 추구한다. 바로 여기서 다원주의원칙이 등장한다. 어떤 영역이든 독점은 사회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칭은 다르지만 모든 선진 자본주의국가는 언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와 이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을 갖고 있다.

규제는 대체로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기업의 언론시장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보다는 시장진출을 허용하되 ▲한 주체(개인 또는 단체)가 소유할 수 있는 언론사의 주식지분을 제한하는 것이고 ▲특정 매체의 시장점유율에 따라 교차소유(예컨대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를 할 수 있는 다른 매체의 성격과 지분을 제한하는 것이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는 전반적인 상거래에 관한 법률을 언론에도 적용하거나 따로 언론의 소유집중을 규제하는 법률을 만들어 적용한다.

한편으로 최근 들어 디지털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언론기업의 수평적, 수직적 통합과 복합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규모가 실로 공룡화하고 있다. 수평적 통합이란 유사 미디어간의 통합이고 수직적 통합이란 다른 미디어간의 통합이며 복합기업화는 다른 산업과 미디어산업간의 통합이다. 이런 초국가적 미디어기업들이 다른 나라 미디어시장을 노리고 각국 정부를 내세워 개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압력에 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우리의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기관의 자유라기보다는 국민의 언론자유이다. 언론기관의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언론의 정도를 벗어나 스스로의 권력을 추구하고 사리사욕을 도모한다면 그러한 자유를 부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실제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언론자유 구실을 내세워 오불관언할 것이 아니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법률」을 언론에도 엄격하게 적용하여 차제에 신문의 유통구조와 불공정 내부거래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 언론이 언론본령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언론산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인지, 또는 매체별로 선별 봉쇄할 것인지, 아니면 진출을 허용하되 선진 외국처럼 소유집중을 규제할 것인지, 최근 세계 미디어시장의 추세를 감안할 때 참으로 진지한 공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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