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거북이!베스트셀러 만들기 뒷거래 폭로/소설 일본문단문학상 비리 그린 일 70년대 작품연초에 젊은 소설가들이 일부 문학상의 상업화에 반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문학상을 주관하는 측이 출판수익을 의식, 지명도 높은 작가를 뽑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소설가는 끼워팔기식으로 들러리를 세운다는 말이 떠돌았다. 이 소문을 듣고 불쾌해진 작가 몇몇이 모여 성명서를 만드는 등 「집단행동」까지 고려했던 일인데 결국 소동없이 무마되고 말았다.
전방위문학인 박덕규씨의 연작소설집 「날아라 거북이!」(민음사간)와 일본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통정강륭)의 「소설 일본문단」(문학사상사간)은 문단과 출판계의 이런 어두운 속사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들은 예술이나 창작도 잇속으로 더럽혀지는 현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도적떼」부터 「박노식」까지 이어지는 박씨의 「날아라」 시리즈는 자유기고가, 출판사 사장이나 부장, 소설가, 기자 등 문화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문화계 전반을 감염시키고 있는 상업주의를 대변한다. 출판계에 대한 박씨의 풍자는 단편 「날아라 도적떼!」에 잘 드러나 있다.
청록출판사 관리부장 박종주는 회사공금을 착복하는 좀도둑이고, 직원 김미라는 문화적 허영심이 가득차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역시 부장의 책상 서랍이나 뒤지는 정도 수준의 여자이다. 그가 좋아하는 기획실장 김석규나 사장도 어떻게든 사욕을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인물. 네 명의 떼도적이 벌이는 웃지 못할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우리 출판계의 깨끗하지 못한 관행을 은근하게 비꼬았다. 「박종주부장은 대형서점 매장과장들에게 80만원씩을 뇌물로 주고 청록의 신간을 베스트셀러로 올려 놓았다」 「소형 출판사가 한두 종의 베스트셀러를 낸 것을 기화로 판매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대형서점을 우습게 대했다가 큰코 다치는 꼴」을 많이 보았다는 대목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 일본문단」의 주인공 이치다니는 지방기업의 엘리트사원.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을 소재로 기업의 비리를 고발한 작품을 써서 화제가 되었다. 그 탓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그는 문학상을 타고 인기작가로 성장하는 길 이외에는 출세의 길이 막히는 신세가 된다. 문학상 당선을 위해 심사위원에게 돈을 뿌리고,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추악한 일을 벌이지만 결국 당선이 수포로 돌아가고, 그는 원한을 풀기 위해 심사위원을 살해한다는 줄거리이다. 작가 쓰쓰이는 70년대 중반 이 소설로 일본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연히 수상을 확신하고 있는데도 해마다 운을 잡지 못했던 문학상에 원한을 품고 쓴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몇 년 뒤 작가가 「이즈미 교카(천경화)문학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곡기윤일랑)문학상」 등을 받아 묘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대학사회와 학계의 이면을 들춘 그의 최근작 「문학부 다다노교수」도 곧 문학사상사에서 번역되어 나온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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