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실시된 전주시장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17.7%에 머물러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회의 양상렬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으나, 그는 겨우 유권자 12%의 지지를 얻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이번 선거는 특별한 쟁점이 없고, 신한국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아 김이 빠졌고, 무더위까지 겹쳐서 투표율이 3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예상보다 더 냉담했고, 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잘못을 상대에게 떠 넘길수있는 궤변과 아전인수의 명수들인데, 이번 투표율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 배제를 주장해온 신한국당은 『지자제에 대한 정당의 과잉개입이 국민적 반발을 불러 투표율이 낮아진 것』이라고 풀이하고, 『이번 사태는 국민회의가 입은 정치적 망신을 훨씬 웃도는 중요한 문제로 지자제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의 텃밭에서 겨우 12%의 지지를 얻는 빈약한 승리에 당황한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정당의 기본책무인 선거참여를 포기하고 후보를 내지 않아 경합다운 경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또 『기초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은 여야가 합의했던 사항인데, 정국이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자민련은 침묵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할거주의의 병폐가 새로운 양상으로 표출된 것이며, 전적으로 3김의 책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전주시장 선거에 신한국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기초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 배제라는 소신 이전에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라는 주장, 전주시민들의 투표 외면은 지역할거주의의 새로운 양상이라는 해석, 지자제에 대한 정당의 과잉개입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주장은 모두 수긍할만 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17.7%라는 사상 최저의 투표율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견딜수 없는 혐오감의 표출이고, 그 혐오감을 치솟게 한 것은 바로 15대 국회다. 『이 더위에 투표는 무슨 투표야. 저런 꼴 보려고 또 투표를 해?』라고 국민은 진저리 치고 있다. 17.7%라는 투표율은 국민의 정치참여 포기선언이며, 총선과 대선으로 번져갈 수도 있는 무서운 경고임을 여야는 깨달아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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