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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언론」 공동대표 인명진 목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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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언론」 공동대표 인명진 목사(인터뷰)

입력
199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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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언론은 사회공기역할 못해”/윤리·도덕성 갖추지 못하면 흉기 돌변/재벌 신문소유 못하게 시민운동 전개/“「보급소 살인」 가해자·피해자 모두 재벌언론 희생자”□대담=이기창 차장·문화1부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 공동대표 인명진 목사(51)는 『신문지국 직원의 살인사건은 언론이 윤리와 도덕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었다』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재벌언론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인목사는 20일 하오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구로6동 갈릴리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마디 사과나 유감표명 없이 책임을 지국에 떠넘기는 듯한 해당신문의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 분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지국사원의 살인사건으로 재벌언론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언론은 사회의 공기입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신문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게 현대인의 삶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어느 분야보다도 언론은 엄격한 윤리와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이익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재벌이 언론을 소유할 경우 사회공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번 사건은 그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재벌신문은 당연히 모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밖에 없지요. 그 폐해를 인식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법이나 제도 또는 국민의 묵시적 동의에 의해 재벌의 신문소유를 금지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재벌언론의 시장선점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과열경쟁은 사실상 중앙일보가 지난해 조간화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중앙일보의 물량공세를 고발하는 시민의 제보가 「바른 언론…」으로 쏟아져 들어와 비로소 저희들도 그 심각성을 알게 됐습니다. 무가지 대량살포, 구독강요, 선물공세등의 공격경영에 다른 신문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중앙일보가 엄청난 재력이 들어가는 판촉전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그룹이라는 모기업의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재벌신문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언론의 눈치를 보는 것같습니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시민이 나설 겁니다. 정부로 하여금 언론보다 국민이 무섭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시민운동을 전개해 재벌의 신문소유를 방지하는 정책을 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경우 국민들의 눈초리때문에 재벌이 신문을 넘보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삼성그룹은 94년 중앙일보와의 분리를 공식선언했는데….

『신문을 계열사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한 분리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이같은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삼성그룹이 실제로 분리를 실천한다면 훌륭한 기업으로 칭송받을 겁니다』

―신문간의 바람직한 경쟁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질의 경쟁입니다. 기사의 내용과 깊이로 경쟁을 해야지요.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인이 모인 조직이 신문사라고 봅니다. 그런데 「특정신문」을 안본다고 아파트의 곤돌라까지 사용못하게 해서야 말이 됩니까. 이번 사건을 보면서 최고의 지성인조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폭력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꼈습니다. 중앙일보도 「바른 언론…」등 시민단체가 무차별 판촉의 부작용을 지적했을 때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면 이런 불행은 미연에 방지됐을 것입니다』

―언론, 특히 신문의 정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문도 기업이니 경영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렇지만 어떤 기업보다 윤리와 도덕성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누가 「가장 잔인한 살인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님은 「붓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가장 잔인한 살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또는 다른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질타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 사과도 않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다기화한 사회에서 신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민주화, 다기화시대의 신문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용하는 토론의 장이자 국민의 컨센선스(합의)를 모아가는 여론형성의 마당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각계의 갈등과 상반된 이해를 융화·조화시키는 코디네이터(조정자)역할을 해야 합니다』

―언론의 사실상 주인이자 수용자인 국민의 자세는 어떠해야 됩니까.

『언론의 수용자, 즉 국민의식이 깨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신문의 과열경쟁은 일어날 수 없지요. 대다수 국민들은 신문과 시비를 벌여야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제구독등의 횡포에도 끝까지 맞서지 못합니다. 피해의식 때문이죠. 이번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고 봅니다. 그동안 재벌이 신문을 장악하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었던 많은 국민이 재벌의 언론소유 의도를 조금씩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 기회에 재벌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나라의 재벌이 경제와 사회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재벌은 소유주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것입니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온갖 특혜와 노동자의 땀을 토대로 성장한 것이 오늘날 우리 재벌아닙니까. 이제는 국민에게 봉사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이 재벌인데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중소기업을 울리고 시장 독점력을 높이는 데만 힘을 쏟아서야 되겠습니까. 무소불위의 재벌이라도 국민이 외면하면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언론이 바로 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의 수용자인 시민이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94년 2월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조직했습니다. 현재 서울 대전 마산 울산 등 전국적으로 16개 지역조직이 있습니다. 송월주 조계종총무원장, 김성수 대한성공회주교, 이세중 변호사, 이상희 서울대 명예교수 그리고 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에 관여하는 분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대학생과 청년층이 언론모니터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합니다. 앞으로 재벌자본의 언론장악을 막는 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할 겁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부 시민단체 신문종사자를 중심으로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강제구독등을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해 놓았습니다』

인목사는 독재정권시절 민주화와 노동운동에 앞장서다 4번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유신시대 노동운동에 투신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의 결성을 주도했다.

□약력

▲46년 충남 당진 출생

▲69년 한신대 졸

▲72년 장로회신학대대학원 졸

▲72∼83년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총무

▲86년 샌프란시스코신학교 목회학박사

▲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

▲90∼93년 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행정쇄신위원회·세계화추진위원회·노사관계개선위원회 위원

▲저서 「노동법문답풀이」 「갈릴리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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