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이성으로 설명못할 광적인 사랑이야기/「책,딸 그리고 이별」 외롭게 딸을 출산한 여성의 세상나서기오스트리아출신의 두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와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작품이 번역, 소개됐다. 예술가열전 「천재와 광기」, 인물에세이 「광기와 우연의 역사」, 자서전 「어제의 세계」등이 번역되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츠바이크의 중편소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원제 「최초의 체험」·하문사간)와 페미니즘 계열의 작가 슈바이거의 「책, 딸 그리고 이별」(원제 「붉은 끈」·대원미디어간).
츠바이크의 강점은 독자를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이야기 구성에 있다.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괴벽, 어딘가에 무섭도록 집착하는 편집광, 사랑의 힘에 사로잡힌 기괴한 삶. 그의 소설은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삶을 이끌어가는 무서운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 사변적이고 감상적인 어투의 문체도 매력으로 작용해 사건 전개의 진부함이나 무미건조함을 밀어내고 있다.
「태초에…」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구걸하듯 손을 벌리는 가난한 집안 출신 아내에게 돈을 주면서 묘한 희열을 느끼던 남자의 광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 여자로부터 버림받은 남자는 평생 그녀를 못잊어 쫓아다니다 여자가 자신을 거부하고 모욕하자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잘 것 없는 유희에 빠져 운명이 바뀌는 모습, 그 운명에 미친 듯 저항하지만 한 번 궤도를 수정한 인생은 복구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남게 됨을 보여준다.
소설가 윤대녕의 단편 「은어낚시통신」에는 한 여자가 존재의 시원을 찾는다는 베일에 싸인 모임으로 주인공을 이끌면서 그들의 헌법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1조 1항 엘뤼아르의 「자유」, 2항 슈바이거의 「깨어나 슬픔을 보라」, 3항 짐 자무쉬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 「책…」은 「깨어나…」로 80년대 초 국내에 처음 소개된 슈바이거의 최근작이다. 아이를 낳고 이물감과 앞날에 대한 두려움, 어머니라는 낯선 존재방식에 부닥친 여자의 내면을 그려냈다. 출산 후 얼마 안돼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로 떠나버린뒤 아이는 「날마다 자신을 죽이는」 존재로 비쳐진다. 하지만 딸 모니카의 성장을 보면서 자신과 아이가 써나가야 할 삶이라는 책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일기체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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