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구조 조정·대형화 불가피 전망최근 모경제지와 대담한 경제부총리나 한은총재는 모두 금융산업개편의 방향과 의지를 밝혔다. 요지는 금융기관의 인수 합병을 촉진하고 업무영역과 소유구조에 일대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발언 내용의 대부분은 기왕에 나왔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으나 소유구조의 개편은 상당히 새롭고 획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론되는 금융산업개편안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소유구조개편과 인수 및 합병에 관한 것이다. 소유구조 개편만 하더라도 그동안 수없는 논의가 있었으나 결론은 항상 경제력 집중에 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제도화한 것은 겨우 금융전업가 제도 정도다.
금융전업가 제도란 은행의 자본을 개인자격으로 12%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인이 수천억원이라는 거금을 동원해 은행을 인수할 수 없을 것이고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금융전업가 제도는 유명무실화한 실정이다. 만일 이번에 은행에 주인을 찾아준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금융전업그룹에 은행을 인수하게 하는 방안과 산업재벌에게도 금융업을 허용하는 방안들이다. 산업재벌에게 은행의 소유를 허용할 경우에는 경제력 집중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융전업그룹에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기관간 인수 및 합병을 통한 대형화 유도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은행 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기관도 해당된다. 금융기관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한다고 해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효율성을 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기관간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미국 일본등 주요국의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합병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등 금융기관간 인수 및 합병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의 금융기관들은 규모면에서 매우 취약한 상태다. 우리나라 은행을 1로 했을때 미국의 은행규모는 4.7, 독일 7.0, 영국 5.4, 일본 16.4로 비교가 안될 정도다.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이 미국이나 일본의 50%수준이고 반도체등은 오히려 앞섰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겨우 20%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현 상황에서 금융산업이 개방이 될 경우 결과는 뻔하다. 다행인 것은 올 상반기중 일반은행의 수지상황이 대손상각과 주식평가손을 일부 반영하고도 전년동기 726억원 적자에서 4,375억원의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보고서다. 특히 국민 상업 외환 조흥은행과 대구 경남 부산은행등의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하락과 부도급등중에도 이익을 냈다는 것은 우리 은행들도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경쟁력을 회복해 가고 있다는 증거로 평가된다. 이런 추세라면 금융주의 가격도 만년 바닥권에 머물지는 않을 전망이다.<황시웅 대신경제연구소 실장>황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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