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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땅사재기」 해명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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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땅사재기」 해명해야(사설)

입력
199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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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땅을 살 때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땅을 사들이는 기업이 매입의 목적을 밝히는 것은 무슨 도덕적인 요구사항이 아니라 법률적인 의무사항이다. 업무용이 아닌 땅을 사재기 한다면 그것은 곧 여신관리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며 금융당국과 주거래 은행의 제재를 받게 돼 있다. 세무당국에서도 기업자금으로 부동산투기를 하는 게 아닌지 여부를 조사하게 돼 있다.그렇기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대다수 일반기업들은 명분없이 땅을 사 모으지 않는다. 은행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사고자 하는 땅이 업무용일 경우에도 주거래 은행과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 비업무용일 경우에는 세무당국과 은행이 무서워서라도 매입할 엄두를 내지 않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삼성그룹이 서울 한남동 이건희 회장 자택일대 6천여평 외에 14개 필지 1천1백여평의 땅을 추가로 매입한 것은 여러모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입자금은 어디서 난 것이며 왜 계열사 명의를 내세웠는지, 해당 기업이 여신관리규정 등 부동산 매입에 관련된 제반 절차를 준수했는지 등등이 궁금한 것이다.

인근주민들의 말대로 이회장이 「이씨 일가의 왕궁」을 건설하기 위해 그 땅을 사들인 것이라면 그것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재벌이 부를 과시하고 누리기 위해 왕궁을 건설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논란을 빚을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땅을 매입한 자금은 이회장 개인의 돈이어야 한다. 계열 기업들이 회사돈으로 땅을 사서 총수에게 바치는 모양으로 돼 있다면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의혹과 함께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이회장 자택 인근의 땅이 상당부분 계열사 명의로 돼 있다는 점이다. 계열사들이 회장자택 부근에 업무용 목적이 있어서 땅을 샀다고 강변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럴 경우에도 해당 기업이 그 부동산을 매입함에 있어서 정상적인 회계처리과정과 합당한 법률적 제도적 절차를 준수, 이행했는지 여부는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재벌들이 과거에 땅을 사들여 재벌타운을 건설하고 일부 부동산투기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 얘기다. 지금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아직도 투기에 집착하는 재벌은 없다. 더구나 총수를 위해 계열기업들을 동원해서 땅 사재기를 하는 재벌은 과거에도 전례가 없었다.

일반 국민들의 소박한 견해로 볼 때 이번 경우는 도덕적으로도 용인하기 어렵고 실정법상으로도 위법이라는 생각이다. 제도와 법률과 관행과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드러내놓고 유린하는 오만한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을 하고 금융당국이나 국세청도 엄정한 조사를 통해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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