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오랜 쟁점 철학으로 조명/13C 「심물론」·15C 「귀신론」·18C 「인성론」 재해석/문학사학철학 연결하려는 포부 “생극론” 펼쳐지난 3월 국립 서울대에서의 학문하는 어려움을 들어 공개구직을 선언, 대학사회에 파문을 던졌던 조동일 교수(57·서울대 국문학)가 학문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연구성과물을 내놓았다.
최근 출간한 그의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지식산업사간)는 우리 문학사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한국적 철학의 틀로 재해석하면서 문학과 철학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한 책이다. 3월에 출간된 「세계문학사의 허실」에 이어 나온 「한국의…」는 그의 35번째 저서다.
조교수는 문학과 철학이 상대방의 도움으로 결점을 보충하는 상호보완관계라고 전제한다. 문학연구는 활발하지만 철학과의 관련성은 돌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제침략으로 인한 전통문화 파괴등으로 「철학이 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편의 논문을 묶은 책은 문학연구의 오랜 쟁점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의상, 원효의 문학이론에서 시작, 이인로의 시론과 15세기 귀신이야기의 변모, 이이의 문학사상을 언급한 다음 최한기의 글쓰기까지 아우른다.
특히 이규보문학론의 세계관적 근거, 김시습의 귀신론과 「금오신화」의 관계, 「호질」이 과연 박지원의 작품인가, 무엇을 뜻하는가등 문학적 논쟁을 낳은 작품들을 분석, 문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원리를 찾는 작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문학 속에서 철학사상의 맥락을 찾으려 한 조교수는 새로 시도한 몇 가지 작업의 성과를 정리하고 있다. 13세기 시론에서 문제된 심과 물의 관계를 따져 이규보문학론의 세계관적 근거를 밝힌 것이 첫번째이며, 15세기 귀신론이 귀신이야기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밝히면서 김시습의 귀신론과 「금오신화」가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를 살핀 것이 두번째다.
또 18세기에 인성론에 관한 심각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되어 근본적인 혁신에 이르렀는가 하는 과정을 따져, 새로운 사상은 새로운 표현을 필요로 하므로 박지원이 「호질」을 쓴 것은 필연이었다는 점을 세번째로 논하고 있다. 조교수는 이런 작업을 통해 문학을 추상화한 논리로 정리하고 철학을 구체적 경험으로 해석해냈다.
책의 백미는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논문 「생극론의 역사철학정립을 위한 기본구상」. 조교수는 이 글에서 문학 사학 철학을 연결하려는 학문적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본 단재 신채호와 외래문화의 주체적 수용을 주장한 안확의 논리를 포괄할 수 있는 논리를 서경덕의 「생극」논리에서 찾는다. 역사에서 「조화와 갈등」을 기본개념으로 보고 「생성과 극복」은 부차적 개념으로 보아 「조화는 갈등이고, 갈등은 곧 조화」라는 기본원리를 내세운다.
세계문학사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조교수는 『새로운 학문의 바람직한 원리를 우리 철학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며 『문학연구의 이론적 근거를 다지는 한편 생극론의 역사철학을 바탕으로 주체적 세계문학사를 서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교수는 공개구직의 조건에 맞는 데가 없어 서울대에 남기로 했다. 저서로 「한국소설의 이론」 「한국문학사상사시론」 「문학연구방법」 「한국문학통사」 「우리 학문의 길」 등이 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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