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중인 전주시장 보궐선거에서 17.7%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나타낸 것은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1948년 5월10일 사상 최초의 국민선거인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한 이후 48년간 치렀던 각종 본선거 및 보궐·재선거 중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선관위가 선진민주국가의 경우 각급 선거의 투표율이 50% 이하인 데다가 일본의 경우 지방관계재선거는 평균 35%선으로 이번 투표율이 선진국형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선관위는 과연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에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얼마나 참여캠페인을 벌이고 노력했는가를 자성해야 할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배경은 몇가지로 생각할 수가 있다. 우선 이창승 전 시장이 국민회의 공천때 잡음을 일으킨데다 취임 후 불법행위로 구속됐고 석방 후 불명예 사퇴하여 큰 실망을 준점이다. 또 날씨가 매우 더운데다 투표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출근 등으로 투표를 기피하게 됐고 선거가 열띤 경쟁이 없어 흥미를 주지 못했으며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다는 점도 한몫 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선거에 등을 돌린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전주는 국민회의의 지역적 텃밭이어서 「누구를 공천하든 당선된다」라는 인식에서 애써 투표소에 갈 필요가 없지 않는가라는 심리도 작용한 게 분명하다. 이와함께 작년 이 전시장을 국민회의가 후보로 잘못 공천한데 대한 반작용도 생각할 수가 있다. 같은 날 실시된 전주시 조촌동 시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39.9%로 높았는 데다가 국민회의가 내천한 후보를 누르고 무소속이 당선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신한국당은 이번 낮은 투표율을 지방자치에 대한 정당의 과잉 개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토로된 것이라며 기초단체장 선거에 있어 당공천배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장차 여론을 토대로 야당과 협의할 과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여당이 시장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법개정 전까지는 정당공천을 하게 되어 있는데다가 지방선거는 선진국에서 보듯 그 시기에 여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와 지지를 읽을 수 있는 선거이므로 후보를 내세워 평가를 받았어야 했다. 아무리 국민회의의 텃밭이라 해도 원칙과 정석대로 참여하는 것이 책임있는 집권당의 태도인 것이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한 지역의 선거이지만 여야 모두에 국민의 정치불신과 불만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 만큼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대국적 견지에서 자성하고 원인과 배경을 분석한 뒤 정치불신을 줄이고 나아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해소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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