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언론규탄과 그 분리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정부가 공정거래차원에서 재벌과 언론간의 내부자 거래감시와 차단에 나서기로 한데 이어 경실련·흥사단·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의 시민단체 43개가 총망라되어 구성된 한국시민단체협의회(약칭 시민협)도 20일 재벌언론횡포 감시와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공기인 언론을 그룹 이익 비호의 하수인으로 이용해 온 일들이 더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뒤늦은 각성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이제 재벌과 언론의 분리를 결단할 시점이다. 그 결단은 해당 재벌을 위해서나 건전언론을 공유한다는 우리사회를 위해서나 빠를 수록 좋을 것이다.
재벌언론이 지닌 태생적 잘못이란 이미 거듭 지적된 바 있기에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오늘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런 원죄로 인한 현실적 폐해들이 날마다 계속 터져나오고 있어 국민간에 분노의 감정마저 팽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일자 한국일보지면에 보도된 사실만해도 정말 엄청나다. 「삼성 신홍보추진계획」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삼성재벌은 자동차등 신규사업진출에 따른 사회긍정여론조성과 그룹이미지제고를 위해 중앙일보를 적극 활용해 왔음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그동안 우리 언론학계나 국민여론이 지적해 온 재벌언론의 해독을 웅변해 준다. 재벌언론이란 재벌만 대변할 뿐이기에 공정보도란 늘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경우 정보와 여론의 왜곡, 차단, 조작이라는 가공할 결과까지 빚어 국민기본권마저 침해하기에 이른다는 그 동안의 경고가 새삼 상기되는 것이다.
같은 신문에 보도된 중앙일보의 경쟁지 싹쓸이 구입사건만해도 언론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살인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언론의 또다른 진면목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삼성그룹이 중앙일보와의 분리를 94년에 공식 발표했으면서도 지금까지 1년8개월간 지분매각 등 약속이행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재벌의 도덕성 실추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하겠다. 승용차 사업진출을 겨냥한 여론무마용으로 분리계획을 발표했다가 사업권을 따낸 뒤에는 분리는커녕 여전한 「홍보첨병」으로 운영해 왔고 여론 조작과 언론시장 장악기도를 오히려 무차별로 강화해 왔던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구체적 폐해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국민적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적 낭비이자 불행이기도 하다. 경제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때이다. 이제라도 삼성그룹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재벌언론규탄의 소리들을 겸허히 수용, 언론직영이라는 해괴한 구조를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 그래서 본연의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