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이 쓸쓸해 하면, 그에게서 위로를 받던 세대들도 허전해지게 마련이다. TV 쇼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 최백호가 그늘 진 얼굴로 말했다. 『우리 같은 중년 가수들은 이제 방송에서 거의 설 무대가 없습니다』진행자는 위로를 겸해 그가 초대받은 이유가 된 듯한 녹화 테이프를 틀어 주었다.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KBS2)중 장남이 지친 모습으로 차를 몰면서 카세트 테이프를 트는 장면이 나왔다. 허무와 고독감이 섞인 듯한 최백호의 음악이 흘렀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낭만에 대하여). 옛날 식 어법으로 중년의 정서를 노래하는 그 곡에서 상심한 장남은 한 가닥 위안을 찾고 있었다. 궂은>
최백호와 함께 60∼70년대를 풍미한 가수 중의 한 명인 최헌도 오랜만에 새 앨범 「어제 오늘 그리고…」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역시 『요즘은 TV나 라디오에서 아이들 음악만 들린다』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 가요에는 TV 쇼프로그램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90년대 들어 TV 쇼프로에는 별안간 젊은이를 위한 가볍고 요란한 댄스음악이 주류로 등장했다. 댄스음악의 범람으로 윤택하던 가사는 황폐해졌고 율동은 난데없이 격렬해졌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본 장르가 트로트라고 생각된다. 우리 쇼프로는 댄스음악과 트로트로 크게 양분됨으로써 그 사이를 오가며 서정적인 가사와 리듬으로 정서적 균형을 잡아주던 발라드, 블루스, 솔, 포크등의 장르는 거의 영토를 잃었다.
이런 대중음악적 편식으로 중년 층과 중년 가수가 소외되면서 균형 있는 문화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느 세대이건 젊었을 때 부른 노래가 그 또래의 평생 애창곡이 된다. 지금 댄스음악에 열광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찾아 올 수도 있는 노래의 공동화도 염려된다. 화려한 무대로 시청률만 높이려 드는 TV 쇼프로 제작자들은 긴 안목에서 문화적 균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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