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지치 공직사퇴 담판 성공/“발칸의 키신저” 명협상가 부상미 유고 특사 리처드 홀브룩(55)이 「발칸의 키신저」로 자리 매김됐다. 보스니아의 총성을 멎게 한 데이턴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데 이어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를 공직에서 끌어내림으로써 그의 스승 헨리 키신저의 명성을 전수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유엔 국제전범재판소가 전범으로 기소, 체포장이 발부돼 있는 카라지치 처리문제는 데이턴협정 이행과정에 최대 걸림돌이었다. 「대세르비아주의」를 신봉하는 카라지치가 권좌에 있는 한 회교 및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3개 세력간의 화해는 물 건너가 9월로 예정된 총선 실시가 불투명한 실정이었다. 홀브룩은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세르비아대통령과 10시간에 걸친 담판끝에 카라지치 「제거」에 성공, 탁월한 협상가로서의 이름 값을 다시 한번 새롭게 했다. 경제제재 재부과 위협 등 힘이 뒷받침돼 거둔 협상성과는 카라지치 몰아내기에 진력해 온 유럽에 대한 미국의 「외교력 우위」를 재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카라지치가 공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막후 영향력마저 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미국이 그를 끝까지 법정에 세우겠다고 다짐,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홀브룩은 뉴욕에서 태어나 브라운대를 졸업했다. 62년 국무부에 들어간 그는 키신저의 눈에 띄어 당찬 협상가이자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키워졌다. 카터행정부 당시 35세의 최연소 기록으로 동아태담당 차관보에 발탁된 그는 유신 말기부터 5공화국 태동에 이르는 격동기에 대한관계를 강단있게 처리했다. 레이건정권이 들어서자 공직을 떠나 월가에 몸담기도 했던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다시 캐나다·유럽 담당 차관보로 롤백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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