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열린 공간” 신앙관 변화따라/전통고딕형 탈피 다기능 건축 새바람성당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건축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서의 개념을 도입하는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춘 신축 성당이 늘고 있다. 성당을 단순히 신앙생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향해 열린 장소로 가꾸려는 이러한 시도는 신앙관의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신축중이거나 신축계획을 세우고 있는 10여개의 성당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최근 설계가 끝난 춘천교구 초당성당은 물고기 모양의 대지 위에 창문이 없는 원통형건물을 배치, 「오병이어의 기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 국내 처음으로 신도석이 제단을 둘러싸도록 설계돼 신앙공동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초 공사에 들어간 수원교구 발안성당은 전통사찰의 건축양식을 도입, 건축을 통해 종교간의 벽을 허물었다. 800여평의 대지 위에 들어설 성당 앞의 넓은 마당은 사찰의 대웅전 앞마당을 연상시킨다. 아래로 처진 지붕은 전통건축의 처마곡선을 원용, 백자잔받침을 떠올리게 한다. 부채꼴 모양의 외관을 지닌 대전교구 금산성당과 기능성을 최대한 살린 첨단건축물인 대전교구 성환성당 등이 최근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다.
93년 착공, 내년 부활절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인천교구 심곡부활성당은 달걀 모양의 독특한 외관으로 이미 부천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 건평 82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이 성당은 그리스도부활의 의미를 난생설화와 연결시켜 달걀 모양의 외관을 취하고 있다. 장희영 주임신부는 『신도들이 「큰달걀성당」또는 「젖무덤성당」이라고 부른다』며 『달걀이나 무덤은 모두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또 92년 착공된 수원교구 안양 장래성당도 연면적 3,000평의 거대한 내벽을 과감하게 노출콘크리트로 처리, 독일의 건축잡지 「다스 뮌스터」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성당은 신자들이 모여서 하느님과 영적으로 만나는 공간. 동시대의 신앙관과 문화적 전통, 건축기술, 시대적 상황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우리나라 성당건축의 전형이 된 명동성당은 중세시대의 엄숙, 절제를 상징하는 고딕양식으로 지상에 천국의 모습을 구현하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고딕형 성당은 세계적 흐름이었으나 62∼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회의 쇄신」을 결의한 후 유럽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양식의 성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곡부활성당을 설계한 (주)건축문화의 대표 김영섭씨는 이런 변화에 대해 『전통·첨단양식에 한국적 감각을 접목하려는 시도』라며 『내부도 제단을 낮추고 신자간의 친교를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느님의 집」이었던 성당이 「하느님의 백성의 집」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정신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성당의 대형화는 교회의 세속화와 물질주의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친교와 봉헌이라는 성당 본래의 의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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