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조합의 구조적인 비리의 일부가 드러났다. 검찰이 서울시내 12개 지역의 주택재개발사업과 관련, 거액의 뇌물을 받은 조합간부 16명과 이들에게 뇌물을 준 시공회사 고위임직원 5명 그리고 구청 공무원 2명 등 23명을 무더기 구속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조합들의 구조적인 비리와 부정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검찰이 적발한 이번 조합의 비리와 부정은 그것이 전부랄 수가 없다. 빙산의 일각을 캐는데 불과했다고 우리는 본다. 때문에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대도시의 주택재개발사업조합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를 철저히 해서 불량주택지구나 「달동네」주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좀먹는 조합의 구조적 비리를 뿌리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편 곳은 서울의 85개 주택재개발사업 대상지역 중 비리의 가능성이 짙은 12개 지역이었다. 수사결과 주택조합들이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한 거액의 뇌물을 시공사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비리와 부정의 수법도 너무 악랄하다. 사업자 선정·공사단가·건축비 인상·자재납품 등 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뇌물이 오갔다. 주민들이 구성해 준 주택조합이 주민이익을 팽개치고 조합간부 몇몇의 사욕을 채우는 비리만을 일삼은 꼴이었다. 수사대상조합 모두가 이 지경이었다면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조합이라고해서 비리가 없는 건전한 조합이라고 볼 수는 없다.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서울과 대도시의 불량주택 재개발사업은 행정당국의 참여를 배제하고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주택조합을 결성해 자력과 자율로 사업을 집행토록 해 대도시 주택정책의 큰 몫을 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80년대 후반들어 고층 아파트 인기와 맞물려 불량주택지역의 「달동네」가 말끔한 고층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한 것도 재개발사업의 효과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됨으로써 재개발 주택사업은 인기가 계속 고조돼 왔다.
그러나 주민들에 의한 조합구성 및 자율과 자력이란 사업추진방식이 비리와 부정의 소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재개발사업은 비리와 부정에 휩싸이게 돼 주택조합은 신종 복마전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 인해 조합구성에서부터 말썽이 나 사업추진 자체가 부지하세월인 지역도 많다. 조합의 부정과 비리로 인해 재개발사업으로 입주한 아파트가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재산상 피해를 당하는 입주자가 서울에만도 2만가구가 넘는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조합 간부들에게 더 이상 농락당하는 것을 근절해야 한다. 문제가 많은 자력과 자율개발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가 참여해 지도와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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