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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생활지배 어디까지/이성철 경제1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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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생활지배 어디까지/이성철 경제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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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재벌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많은 사람들이 재벌이 지은 아파트에서 재벌이 만든 옷을 입고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등 재벌제 가전제품을 이용하면서 살아간다. 타고 다니는 차도 물론 재벌이 만든 것이다.

여가생활도 마찬가지다. 응원하는 스포츠팀은 한결같이 재벌구단이고 가족과 함께 즐길 레저시설도 재벌이 운영한다. 음반 비디오도 재벌이 제작한다.

재벌이 운영하는 병원은 항상 환자들로 북새통이고 학부모들은 재벌재단의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나라 사람, 특히 도시인의 대다수는 느끼든 못느끼든 재벌이 짜놓은 삶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앞으론 도로 철도 항만등 국가기간시설도 재벌이 지어 운영(민자유치)하고 통신 가스같은 공공사업도 재벌이 담당(공기업민영화)할 것이다. 사유재와 공공재, 즉 모든 생활재화를 재벌이 공급하는 셈이다.

재벌의 힘이 이것 뿐이라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 재벌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고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국민생활에 대한 재벌의 지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벌의 힘은 단지 물질적 생활이기에 머물지 않고 국민정서와 의식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언론지배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은 국민의 눈이자 귀이자 입이다. 재벌의 언론지배는 국민의 눈 귀 입을 지배하는 것이고 이는 곧 감각기관을 통해 형성된 국민정서가 금력에 좌우되는 것을 뜻한다. 재벌이 사실상 개인왕국임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물질·정신적 삶 자체가 특정개인의 영향력안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재벌의 보이지 않는 위력을 헤아린다면 재벌문제란 단지 「경제력집중이냐 경쟁력강화냐」의 선택차원에서 다뤄질 성격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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