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서 깃든 작품 해외 각광/낡은 인물사진 재현… 미·일서 “팔리는 그림” 인식 굳혀97년의 미술시장 개방을 앞두고 미술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작품성과 상품성을 갖춘 작가들에게 시장개방은 오히려 세계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국제작가」들을 작업현장 탐방을 통해 소개한다. 평론가 강성원(인천대 강사) 이준(호암미술관 선임연구원) 최태만(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박영택(금호갤러리 큐레이터) 이주헌씨(아트스페이스서울관장)등 5명의 추천을 토대로 작가들을 선정했다.<편집자 주>편집자>
이화여대 교수인 서양화가 조덕현씨(39)의 작업실은 20∼30년전의 사진관을 연상시킨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병원건물 일부를 개조한 10평 정도의 공간은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가득하고 슬라이드영사기가 카메라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목탄의 일종인 콘테로 캔버스에 흑백인물사진을 재현해온 그는 방학을 맞아 이 곳에 틀어박혀 사진의 인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9월초 국제화랑의 대규모 개인전, 10월 파리국제견본시장(FIAC)과 뉴욕 「아시아미술전」참가, 12월 뉴욕서도 손꼽히는 안드레 에머리치화랑 초대전등을 준비하느라 그는 쉴 틈이 없다.
명성황후의 모습, 50년대 시골장터나 역대합실광경, 낡은 결혼사진 가족사진등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업은 3∼4년전만 해도 주목은 받았지만 「팔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예쁘거나 장식적인 그림과 거리가 있었던 탓이다.
그의 그림은 미국에서 먼저 팔리기 시작했다. 93년 3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전속화랑인 LA 도로시 골딘화랑이 마련한 미국데뷔전에서 출품작 20여점 대부분이 판매됐다. 손익계산에 철저한 미국상업화랑의 초대를 받는 것도 어려운데 불황이 극심했던 미국시장에서 작품이 팔린 사실은 국내화단의 화제가 됐다.
95년 1∼2월 같은 화랑에서 연 두번째 초대전에서도 절반 이상이 팔렸다. 95년 11월부터는 석달간 펜실베이니아대 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94년 일본 후쿠오카미술관이 주최한 「제4회 아시아미술제」에서도 주최측이 2점을 구입한데 이어 최근 히로시마미술관이 설치작품을 250만엔(2,000만원 상당)에 사감으로써 그는 「문화수출역군」으로 자리를 굳혔다. 해외에서의 인기에 대해 그는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서구의 현대미술기법에 따라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주목을 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3년만의 국내 개인전에서 선보일 작품은 대형 설치물과 병풍형태로 제작한 연작등 30여점. 15평 전시실을 가득 채울 설치물은 그가 지난 봄 고향인 강원 횡성의 흙 속에 묻어두었던 100여개의 상자와 그림을 쌓아올려 제작하는 작품이다.
그는 『나와 가족, 나아가 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12월 미국전시에서는 동서양을 떠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나온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89년), 동아미술제 대상(90년), 문체부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95년)등을 받았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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