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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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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무더위가 찾아왔다. 한국사람은 어떠한 기구를 만들기 보다는 주로 집 자체를 시원하게 지어 숨막히는 무더위를 이겨낸 지혜로운 민족이다. 한옥은 집 전체가 숨을 쉰다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고 장마철에는 적당히 습도까지 조절하는 것이 바로 한옥의 자랑이다. 대청마루에 돗자리라도 깔고 누워 있으면 삼복더위도 견딜 만했다. 이것은 마루를 높고 널찍하게 깐 까닭도 있지만 흙벽에 바람이 맞 통하도록 문을 설치하고 사용한 목재의 틈새로 바람이 드나들도록 적당히 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옥의 원리를 잘 살필 수 있는 곳이 지난해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의 장경판고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장경판고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등 호흡을 함으로써 팔만대장경이 아직도 건강한 모습을 지니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장경판고에 살아 있는 선조들의 높은 생활과학수준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시나 농촌이나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한옥에서 즐기던 우리 특유의 시원함이 사라지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벽과 알루미늄 새시로 틀을 한 유리문이 우리 주위를 둘러쌈으로써 겨울에 외풍 걱정은 안하게 됐지만 집이 호흡을 멈추어 버렸다. 이 때문에 여름의 시원함도 집 자체보다 일반적으로 기구에 의존하게 됐다. ◆이를 입증하듯 가전제품중 에어컨이 금년에 판매량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에어컨이 시원하기는 해도 문을 전부 닫고 앉아 있는 모습 자체는 그렇게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다. 뒷담을 타고 온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는 대청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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