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일선 후퇴 여부 주목/“국가명예직 겸직 곤란” 시각도/“역성혁명”“집단경영”설 분분/재계선 영향력 이용 그룹보호막 우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체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차적 관심은 이회장의 거취문제. 이회장이 현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일선에서 은퇴한뒤 대리인을 두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지 재계가 관심을 쏟고 있다. 물론 삼성측은 『이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어온 자동차사업이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이고, 계열사 경영이 순조롭지 못한 현시점에 경영일선 은퇴는 1%의 가능성도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1개 재벌그룹 총수가 국가를 대표하는 명예직을 겸직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회장의 거취결정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은 어떤 경영체제를 선택할 것인가. 재계 일각에서는 이회장이 IOC위원 피선을 계기로 그룹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IOC위원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대외적으로는 경영에서 손을 떼되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경영인체제는 정부의 신재벌정책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이같은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가장 유력한 대리인으로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꼽히고 있다. 홍사장은 이병철 창업주생존시절 그룹내 2인자 역할을 한 고 홍진기 전 중앙일보회장의 아들이자 이회장의 처남이다. 홍사장은 현재도 지근거리에서 이회장을 보좌하며 최고의 브레인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측의 공식부인에도 불구하고 재계 관계자들은 홍석현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소위 「역성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거취가 주목된다. 경영권 대결에서 밀려난 이맹희씨는 기업경영에 간여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아들인 재현씨(36)가 제일제당을 삼성그룹에서 분가받아 독립그룹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과 제일제당은 재산정리과정에서 분쟁이 발생, 지금까지 해결이 안된 채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현씨는 장손으로서 할머니 박두을 여사(89)를 모시며 이병철가의 법통을 지키고 있다. 만에 하나 삼성그룹에 「역성혁명」이 일어날 경우 이회장형제간에 「골육상잔」의 경영권분쟁이 재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회장의 공백을 메울 인물로는 강진구 삼성전자 회장과 현명관 회장비서실장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홍사장의 역할이 강해지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타그룹 총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게 그룹내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온 이회장이 1인에게 경영권을 맡길 리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장남이 28세에 불과해 전문경영인에 대한 의존이 불가피하지만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일임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강회장 현비서실장 김광호 전자소그룹장 이수빈 금융보험소그룹장 황선두 화학소그룹장 이대원 기계소그룹장 이필곤 물산총괄부회장 임경춘 자동차부회장 등 8명으로 구성된 그룹 운영위원회에 주요 의사결정을 맡기는 「집단 경영체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경영 2기를 맞아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사장단전략세미나에서 이회장이 『그룹 운영위원회 기능을 강화, 자율경영체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재계 한 관계자도 『삼성그룹이 최근 모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회장은 어떤 형식을 취하든 막후에서 그룹의 경영에 막강한 실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이회장이 아직 젊은데다 오너의 친정체제로 짜여져 있는 그룹의 조직구조상 전문경영인이 착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회장의 IOC위원 피선을 겉으로 환영하면서도 내심 껄끄러워하고 있다. 이회장이 IOC위원의 신분으로 국제 실력자들과의 두터운 친분을 유지, 국가적인 거사나 해외 프로젝트 입찰때마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어온 이회장이 국제적인 「거물」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정부에 대해서도 일종의 「보호막」을 확보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IOC위원인 이회장 직할체제의 삼성그룹은 국내외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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