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0회를 맞은 아비뇽페스티벌은 문화활동 지원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7월9일∼8월3일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아비뇽은 프랑스 남부에 자리잡은 인구 9만3,000명의 소도시다. 매년 7∼8월 페스티벌만 아니었다면 14세기 교황이 살았던 교황청과 수도원등의 유적을 간직한 한적한 중세도시로 남아 있었을 곳이다.47년 장 빌라라는 연극인이 교황청 안마당에서 3편의 연극공연과 전시회로 페스티벌을 시작한 이래 아비뇽페스티벌은 도전적이고 신선한 작품이 발표되는 세계적 공연예술축제로 자리잡았다. 「성빌라」로 불리는 장 빌라는 71년 죽기까지 공공서비스로서의 연극을 확립하고 예술의 지방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와 중앙정부는 참가작품에 지원금을 대주었고 장 빌라는 국립샤이오극장장으로 임명됐다. 80년대부터는 국립행정학교 출신의 예술행정가가 조직위의 예술감독직을 맡았다. 올해의 페스티벌예산 4,200만프랑(한화 66억원 상당) 중 60%가 국가와 아비뇽시가 지원하는 공공재원이다. 국가지원은 최근 2배 이상 늘어났다. 나머지는 입장수입과 5∼10%의 기업후원으로 충당된다. 프로그램운영은 전적으로 아비뇽시장과 문화부장관의 동의를 얻어 선출되는 조직위 예술감독의 재량이다. 정부는 지원을 해주지만 작품선정등 예술활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얼마전 국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의왕세계연극제를 창설하려다가 무기한 유보된 일이 있었다. 단숨에 한국의 아비뇽페스티벌을 만들어내려 한 연극계의 욕심도 무산의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이란 비영리적」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가 문화의 후원자역할을 맡고 있는 아비뇽과 문민정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문화부문에 무관심한 우리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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