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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언론의 분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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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언론의 분리(사설)

입력
199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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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언론지배를 방치해 둘 것인가. 이제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가 왔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벌의 언론지배가 가져오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역기능이 가공하므로 재벌이 아예 언론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바른언론 시민연합」 공동대표인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은 18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벌의 언론장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재벌과 언론본연의 업무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재벌언론의 대표격인 삼성그룹 산하 중앙일보가 최근 신문시장에서 보인 상식 이하의 언론파괴적 행태와 국가·사회의 이익과 그룹의 이익이 상충될 때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하는 한계성을 드러내어 온 것을 볼 때 송공동대표가 촉구한바와 같이 재벌과 언론의 분리독립은 백번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재벌이 언론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재벌그룹들이 신문·방송 등 그들이 소유 또는 지배하는 언론기관을 그룹과 그룹오너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재벌그룹들은 은행의 민영화 당시 계열 은행들을 그룹의 사금고로 전락시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벌그룹(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거부하고 있으며 또한 대체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언론기관은 은행보다 공익성과 영향력이 크면 컸지 못하지 않은 것이다.

재벌이 언론기관을 소유하면 우리나라의 현행체제, 제도, 관행 아래에서는 그 언론기관은 재벌그룹의 시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사회의 공기와 여론매체로서의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올바른 정보의 자유스런 흐름에 커다란 왜곡이 일어난다. 언론기관으로서의 필요불가결한 요건을 상실하고 있다 하겠다.

재벌언론의 이러한 반언론적 속성은 결국은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구축과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경제체제는 공정한 경쟁과 정확하고 충분한 시장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도 올바르고 건전한 여론정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느 것이나 공정하고 편견없는 언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언론들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우리는 세계를 지켜봐야 한다. 유럽연합(EU)국가들과 일본 등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먼저 피운 선진국들에 왜 재벌언론이 없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매스컴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재벌신문은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재벌그룹들이 아직 오너의 절대적 지배체제 아래 있으면서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업영역을 최대한 다변화하고 또한 신문·방송등 언론기관장악에까지 혈안이 돼있는 나라는 없다. 너무 늦기전에 재벌과 언론의 분리가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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