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신문계를 과점하고 있는 몇몇 신문들은 엄청난 판촉경쟁에 빠져들었다. 신문들의 과열된 판촉경쟁은 몇몇 큰 신문들이 조간화하여 조간시장이 좁아진데다가 특정 재벌신문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판촉활동을 벌임으로써 더욱 격화하였다.그런데 그러한 경쟁은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 많은 판매부수, 증면에 의한 더 많은 광고, 그리고 그런 양적 증대에 따르는 신문의 더 큰 수입과 영향력 확보라는 비저널리즘적인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신문이 부수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마땅히 양질의 정보와 권위있는 논평을 제공하려는 신문 본연의 품질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신문의 판촉활동도 그런 품질에 기초해야 한다.
신문의 판촉활동이 신문의 품질 외적인 것에 의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상적인 상거래질서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신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쟁은 그 과열이 지나쳐 자본주의 상거래의 정상적인 궤도를 완전히 일탈하고 말았다. 이들 신문의 판촉활동은 주로 강제투입, 무가지 살포, 경품제공, 이삿짐 날라주기등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판촉활동은 품질과 상관없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라는 자본주의의 기초질서를 흔드는 것이고 그래서 제재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할 책임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런 불공정 거래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이들 신문의 위력에 눌려 제재를 가하지 못해왔다. 그 때문에 이들의 정도를 벗어난 과열된 판촉활동이 점점 더 격화해왔다. 특히 문제의 재벌신문의 판촉활동에는 금력뿐만 아니라 폭력이 동원되어 급기야는 그 재벌신문의 지국 판촉책임자가 경쟁사 지국의 판촉책임자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살인사건까지 결과하였다.
본래 과점된 시장에서 과점업체 간의 판매경쟁이 더 치열한 법이다. 흔히 과점상품 간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품질경쟁보다는 판매경쟁이 앞서게 된다. 따라서 우리 신문계를 지배하는 몇몇 신문의 무리한 판촉경쟁은 그들 신문이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그들 간에 품질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더구나 신문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성숙산업이기 때문에 신문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아무 신문도 보지 않던 새로운 구매자를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판촉활동은 주로 다른 신문의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게 되어 결국 신문의 판매경쟁은 너 죽고 나 살기의 극한경쟁이 되고 만다.
이렇게 사생결단이 될 수 밖에 없는 신문의 과열된 판매경쟁의 우선적인 해결책은 대신문들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것이 다양한 신문의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의 민주성과 다원성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는 신문들이 다른 신문들과는 구별되는 자기 나름의 어떤 특성을 갖추는 일, 즉 제품을 차별화하는 일이다. 신문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되면 그 소구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열된 판매경쟁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 신문들은 판촉활동에서 금력과 폭력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본주의의 상거래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부수공사제도를 받아들여 유가부수를 정직하게 공표하고 신문의 공동판매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문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있기 때문에 질적인 차별화가 아닌 방식으로는 그 시장을 장악하는데 엄청난 무리와 부작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문의 경쟁은 판매활동과 증면에서가 아니라 질높은 기사와 논평이라는 신문의 품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신문의 경쟁은 사회의 목탁으로서 정치권력이나 대기업과 같은 기득권세력의 감시와 비판, 그리고 진실과 정의의 구현이라는 신문 본연의 공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독자들은 그런 질적 경쟁을 하는 신문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신문은 자연히 판매부수도 올라가고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우리 신문들은 재벌신문의 과열된 시장점유욕이 유발한 살인사건을 뼈아픈 반성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는 증면이나 판촉등과 같은 부수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보도의 정확성과 유용성, 그리고 논평의 심층성과 공정성이라는 신문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경쟁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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