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국방장관이 16일 국회답변 도중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을 넘어와도 상관 없다』고 한 발언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 나라의 군사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한 듯한 직무수행자세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발언취소등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겠다.국방부는 『이장관의 발언은 북한 함정의 북방한계선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의미일 뿐이지 넘어와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실 해상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 의해 지상에 설정된 휴전선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엔군은 휴전협정이 성립된 53년 당시 강화도 서쪽의 교동도까지는 명확한 군사분계선을 설정했지만 해상에서는 군사적 충돌위험이 적다고 판단해 이를 협정에 포함하지 않고 잠정적인 경계선만 설정해 놓았다.
휴전후 남북한 쌍방은 이를 침범하지 않는 것을 관례로 지켜왔다. 이같은 관행을 깨고 북한 함정이 일방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오는데 대해서는 정전협정 위반에 준하는 도발행위로 보고 대응해 오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민이 장관으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것은 이런 협정조문이나 국제법상의 군사행위에 대한 실무적 차원의 장황한 설명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주무장관으로서의 국방에 대한 불퇴전의 결의다. 어떤 외적의 침입도 즉각 물리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국민에게 미덥게 설명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국방의 발언은 이런 점에서 실망을 안겨줬다.
경제가 파탄에 이르러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북한 김정일정권이 마지막으로 기대고 있는 것은 세계 5위의 대군인 북한군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미국과의 교섭도 군사도발 위협으로 풀어가고 있다. 일이 여의치 않을 때 그들이 동원해 볼 수 있는 수단도 군 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북방한계선의 침입을 수월히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올해들어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여러차례의 군사도발행위를 자행함으로써 남북간 긴장을 높여왔다. 휴전선 인근의 전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탈북 군인들의 증언도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6·25를 늘 잊지 못하는 국민은 그래서 불안하고 어딘가 해이해져 가는 듯한 우리의 안보분위기에 노심초사하는 심정마저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이장관은 너무나 허술한 자세를 보여줬다. 이장관 뿐 아니라 안보당국자들의 대오 각성을 또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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