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대정부질문에서 김대중·김종필 두 야당총재에 대한 이신범 의원의 격렬한 비난과 퇴진요구 발언으로 정국이 교착되어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된 것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15대국회가 한달동안 파행과 공전끝에 개원한 후 첫 임시국회 벽두에 여야관계가 또 다시 대결국면으로 된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수 없다.여야가 대정부질문도중 김영삼 대통령과 두 야당총재에 대해 인신공격과 비방, 그리고 의제외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네의원의 징계를 국회윤리위에 요구한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살벌한 강경대응으로 정치가 결코 정상적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번 대치정국은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두 야당이 이의원의 발언취소와 사과요구에 여당이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며 일축, 영수회담이 결렬케 된 것도 그렇지만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여야의 팽팽한 대결은 이번 국회와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대선때까지 정국긴장이 계속될 여지가 클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의원의 발언에 대해 여당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시정 비정에 대한 평가와 추궁과 질책, 그리고 대안제시라는 대정부질문의 본령을 벗어난 것이다. 야당과 야당 수뇌에 대한 공격과 비난은 국회의 「4분 자유발언」을 통하거나 국회 밖에서 했어야 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평가와 비판은 당연하다. 물론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인격모독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이런 문제로 의원들을 윤리위에 맞제소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3김 대결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여야의 강경대치는 3김간의 철저한 불신 때문이다. 야당의 두 총재는 김대통령과 여당이 대선 전까지 자신들을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밀어내기 작전을 구사할 것이며 이의원 발언도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것이며 김대통령과 여당 역시 두 김씨가 정치적 재기와 입지구축을 위해 제휴, 남은 임기동안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이라는 시각아래 양측 모두 「한번 밀리면 계속밀린다」는 자세로 맞서는 게 분명하다.
이제 3김과 여야는 국민이 「정치」를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토록 요란하게 약속했던 새정치, 미래정치, 화합의 정치를 진심으로 이룩하려 한다면 불신과 감정을 거두고 한발짝씩 양보해야 한다. 우선 윤리위제소를 백지화하고 내실있는 국회운영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3김은 국민에게 화합정치를 보여 주기위해 예정대로 영수회담을 열어야 한다.
국민은 여야의 대변인과 질문의원들을 통한 김대통령과 두 김총재간의 비방전·말싸움에 식상을 넘어 역겨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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