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존 심화 정부기능 약화/물가부담·지역갈등 증폭 우려정부가 16일 확정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대책의 골자는 재벌그룹들을 민자유치의 형식으로 SOC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금융·세제상의 각종 혜택을 제공키로 한데 있다. SOC민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벌에 많은 「미끼」를 던진 것이다.
민자유치유인책의 내용은 ▲현금차관 20억달러도입 허용 ▲장기대출 허용 ▲은행대출금의 여신관리 제외 ▲관광지등 부대사업 허용 ▲특별법인에 대한 법인세 감면 ▲적정 수익보장등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SOC사업이 「수지 맞는 장사」가 되도록 해준 것이다.
이같은 파격적인 유인책은 경쟁력강화의 최대 걸림돌인 SOC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되지만 많은 부작용과 휴유증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정부의 몫인 공공사업을 몇몇 재벌그룹에 맡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재벌에 대한 경제정책의 의존도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기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벌에게 그토록 파격적인 혜택을 주어가며 공공사업을 추진하려거든 차라리 정부가 직접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유인책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20억달러 현금차관의 경우 고스란히 통화증발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 현금차관이 풀릴 경우 통화량 팽창을 몰고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불안하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현실적으로 대형 SOC사업은 재벌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금차관은 재벌의 몫이다. 특혜금융인 현금차관은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여신한도규제완화등도 SOC확충을 명분으로 재벌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시비를 불러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셋째 토지수용권이 보장된 부대사업들이다. 이는 기업들로선 민자참여의 최대 매력이지만 토지개발을 재벌에 맡김으로서 적지 않은 경제사회적 비용이 예상된다. 정부는 종전 택지개발등으로 국한했던 SOC 부대사업 대상에 관광지및 단지개발을 추가했다. 부당한 개발은 사업승인과정에서 규제하고 개발이익도 통행료등으로 환수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어느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경기대책을 염두에 둔 것도 사실이다. 재벌그룹들이 굵직한 SOC사업을 벌일 경우 침체국면을 맞고 있는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SOC특별법을 개별사업별로 제정키로 함에 따라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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