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여성관 비판작품 내년초 선봬설치작가이며 행위미술가인 이불씨(32)가 97년 1∼2월 6주동안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갖는다. 「MOMA」라는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미술관은 20세기 현대미술의 메카로 작가들이 꼽는 최고 권위의 전시장이다.
MOMA는 71년부터 매년 전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현대작가 6명을 선정해 연중행사로 「프로젝트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내년의 첫 전시회로 이 불씨의 초대전을 마련한 것이다. 93년 방한했던 미술관의 큐레이터 바바라 런던이 한 그룹전에서 이씨의 작품을 주의깊게 본 후 이씨의 초대전을 결정했다.
이씨는 『로리 앤더슨, 척 클로스등 세계적 거장들이 거쳐간 자리에 서게 돼 무척 부담스럽다』며 『오리엔탈리즘의 허구성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가 10여평의 전시장에 선보일 작품은 생선과 독한 향수, 화려한 실크등을 조합한 설치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썩어가는 생선과 향수가 뿜어내는 역겨운 냄새를 통해 외면 속에 감추어진 본질, 동양문화에서의 여성관등을 비판하려는 시도이다.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88년 첫 개인전에서 그는 죽은 생선을 비닐봉지에 넣어 늘어놓은 설치작업 「화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동숭아트센터에서 옷을 벗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는 퍼포먼스로 낙태문제를 고발했고, 94년 한국미술관의 「여성, 그 다름과 힘전」에서는 속박과 억압을 의미하는 쇠사슬을 온 몸에 걸고 끊어내는 나체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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