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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줄서기 문화의 득과 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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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줄서기 문화의 득과 실(프리즘)

입력
199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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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는 점원들이 「가게 안에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음식을 싸들고 나갈 것인지」를 묻곤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음식은 식당에서 맘편히 먹어 온 우리에게는 낯선 질문이다. 웬만한 도로변 식당들은 아예 차에 탄채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창구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끼니 시간조차 아끼면서 편리를 도모하는 미국적 식사방식이라 할 수 있다.뉴요커(뉴욕시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야 하는 도시인에 속한다. 아침 6시만 지나면 시내 곳곳의 도로에는 벌써 출근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서있다. 그런데 이 차량 행렬은 그럴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도 좀처럼 줄지 않을 때가 많다. 톨 게이트만 빠져나가면 도로가 훤히 뚫려 있는데 100m도 채 안되는 거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

한국인들 눈에는 이같은 체증 이유로 보이는 톨 게이트 근무자들의 굼뜬 행동이 매우 거슬린다. 일을 하면서도 서로 킬킬거리는 농담을 건네는 건 물론이고 통행료를 주고받는 느린 동작도 우리 기준으로는 봐주기 어렵다. 그렇지만 새벽잠을 설친 분풀이로 근무자에게 눈을 부라린다든지 「빨리 좀 하라」고 보채는 뉴요커는 거의 없다.

쇼핑센터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운동장만큼 넓은 매장과 편안한 분위기에 만족해 하다가도 기다란 줄이 늘어선 계산대 앞에만 서면 짜증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간혹 셈이 잘못됐다고 점원에게 항의하는 손님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져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볼 수가 없다.

물론 미국 톨 게이트 근무자나 쇼핑센터 점원들은 한국인들보다 친절하다. 일반 국민들도 톨 게이트에서 길을 묻는다든지 계산대에서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줄서기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미국 시민정신의 산물이라고 칭찬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톨 게이트와 계산대의 예처럼 「빨리 빨리」가 무턱대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원칙을 존중하는 자세와 몸에 밴 친절은 본받아야겠지만 빠르고 정확한 우리의 일 솜씨는 미국인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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