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원 공포에 퇴직금제도 없어 불안/봉급 5∼10% 떼내 증권·골동품 등에 투자/면세 「401(K)」 기금 “퇴직후 돈방석” 인기미국의 샐러리맨들이 정년 퇴직후를 대비한 재테크에 열중하고 있다. 직장인들 경우 봉급의 5∼10%를 떼서 노후자금으로 저축하는 풍조가 늘고 있으며 정년자금을 위한 투자방향도 증권·채권에서 골동품·부동산·예술품등에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이 다양한 돈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은 한국의 퇴직금과 같이 정년후 회사로부터 목돈을 받을 길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90년대 들어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다운사이징(인원감축)이 확산,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년자금 마련을 위한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투자처는 「401(k)」라는 저축프로그램이다. 직장인들이 봉급(연봉기준)의 일정 비율을 적립, 증권이나 채권등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 노후에 쓸 자금을 불려나가는 기금이다.
미국 기업 가운데 종업원 5,000명 이상인 대기업의 95%가 직원들을 위해 401(k) 프로그램을 개설해놓고 있다. 2000년대에 이르면 3,000만명의 근로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샐러리맨들이 401(k) 프로그램에 부은 돈의 총액수는 현재 6,750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2000년이면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퇴직하고 나서도 돈을 가져야 한다는 의식이 직장인들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 한달에 200달러씩 저축하는 직장인이 401(k)에 가입하면 연간 672달러의 세금(세율 28%)을 고스란히 통장에 쌓아둘 수 있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 적립금의 50%를 보태준다. 연봉 3만달러의 직장인이 25세때부터 봉급의 6%를 계속 쌓으면 연간 5%의 급여상승과 10%의 수익성을 전제로 할때 65세에 130만3,443달러를 챙길 수 있다. 간단히 노후를 백만장자로 보낼 수 있다.
메릴랜드주 로크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32세의 돈 프로델씨의 경우 그동안 봉급의 6%를 부어 7만1,200달러를 적립해놓고 있다. 그는 정년인 65세를 굳이 채울 필요없이 60세에 퇴직하고 남은 인생을 즐길 계획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전보다 많은 봉급의 8%를 적립키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60세가 되면 170만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미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401(k) 적립금이 10억달러 이상 되는 대기업에서는 적립금의 94%를 증권 및 채권에 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등락은 있어도 증권과 채권이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한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적립금을 어느 종목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은퇴후 자금의 규모가 달라진다. 예컨대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식에 돈을 묻어두었다면 엄청난 금액을 건질 수 있지만 부도회사에 투자했다간 정년이 쓸쓸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봉급생활자가 월스트리트의 증권과 채권시장의 동향에 전문적일 수 없기 때문에 증권브로커나 뮤추얼펀드(투자신탁)들이 샐러리맨의 정년자금을 대신 굴려주고 있다. 투자자문회사인 프린시펄사는 「내일의 정년은 오늘 시작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다. 피델리티사는 여러가지 주식종목을 패키지로 만들어 직장인을 대상으로 401(k) 적립금을 유치하고 있다. 뱅가드사는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방법으로 25년간 적립할 경우 대기업 주식에 55%, 투자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주식과 다국적기업 주식에 각각 25%와 20%를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정년자금의 활용기법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특이해 진다. 고용주가 가입직원들과 합의만 하면 정년자금 적립금의 투자방향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은 물론 양도성 예금증서(CD), 고미술품, 골동품등 투자가치가 있는 것이면 모두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100만달러 미만의 정년적립금을 보유한 중소업체의 17%가 증권 및 채권 이외의 곳에 투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내파에 있는 렌드베스트 부동산회사는 직원들의 정년자금을 포도주양조장에 투자했다. 오래된 포도주값이 오르면 양조장 가격이 오른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시애틀의 한 보석가공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정년자금이 하와이의 종려나무 농장에 투자됐다. 하와이 땅값이 오르면 자금이 불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증권과 채권 이외의 곳에 자금을 굴릴 경우 위험부담이 크고 고용주와 종업원 사이에 뜻이 맞지 않아 법정문제로 비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샐러리맨들은 첫봉급을 받는 순간부터 봉급이 끊기는 날 이후의 삶을 위해 저축과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미 401(K)란/국세청 징세코드로 정년자금 프로그램/연봉 15%까지 적립… 59.5세부터 수령
401(k)는 미 국세청(IRS) 징세코드의 번호를 지칭하는 것으로 미국 내국세법에 따른 정년 자금마련 프로그램이다. 미국세청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준다.
봉급생활자들은 자신의 봉급 가운데 일정비율을 이 프로그램에 가입, 정년이 될때까지 투자하면 된다. 투자비율은 연봉을 기준으로 하며 봉급의 15%까지 이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있다. 적립금을 탈 수 있는 나이는 59.5세 이후부터이며 그 이전에 탈 경우 10% 정도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
직장을 옮겼을 때 전직장에서 부은 적립금이 다음 직장에서도 연장, 운영된다. 가입자는 적립금액에 한해 자금운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펀드매니저에게 투자를 의뢰한다. 펀드매니저들은 다양한 투자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입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데 가입자들은 수시로 적립금의 투자방향을 변경할 수 있다.
기업에 따라 근로자가 내는 적립금의 일정비율을 회사가 보태주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근로자가 1달러를 내면 50센트를 기업에서 대준다.
공립학교와 대학교, 비영리 진료소등에서 근무하는 봉급생활자들에겐 403(k) 프로그램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준공무원들을 위해서는 457(k)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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