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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드라마 「동기간」(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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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드라마 「동기간」(TV평)

입력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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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치중… 이웃간의 훈훈한 향수 못살려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시청자의 향수에 호소하는 드라마들이 많다. 현재 방영중인 아침드라마 「은하수」(KBS1)와 「동기간」(MBC)도 몹시 궁핍했지만 모두가 한 식구 같았던, 정겨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은 「옥이 이모」(SBS)와 「젊은이의 양지」(KBS2)등도 대표적인 예이다.

「은하수」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큰댁에 얹혀 살지만 밝고 굳세게 성장하는 삼남매의 이야기이고, 「동기간」은 성격이 다른 두 형제와 가족이 엮어가는 삶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은하수」가 아침드라마로 조용한 인기를 누리는 것과는 달리 「동기간」은 주말극으로서는 드물게 이달말 조기종영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기작가 김수현이 쓰는 KBS2 주말극 「목욕탕집 남자들」과 맞붙어 시청률 저조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동기간」이 복고적인 드라마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고 흐름이 산만해 드라마가 구심점을 갖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복고적인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순박한 마음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쁘게 희생하는 마음, 그리고 이웃의 일을 함께 아파하는 훈훈함, 친구간의 의리, 부모 자식간의 사랑 등. 산업화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인간 내음을 맡으며 시청자는 평안함과 그리움을 맛본다.

그러나 「동기간」은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정과 옛스런 여유를 보여주기 보다는 지난 날의 풍물과 추억, 주인공 용자(이영애 분)의 기행을 강조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았다.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들에 힘을 주느라 정작 시청자가 보고싶은 것들을 놓쳤다.

「동기간」의 박진숙씨는 「마당 깊은 집」 「산너머 저쪽」 「아들과 딸」 등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정감있게 그려온 인기작가. 그러나 「동기간」에서는 이전의 작품에서 보였던 기품있고도 훈훈한 세계를 맘껏 펼치지 못했다.

시청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마당가의 장독대와 트랜지스터 라디오, 호마이카 상 등 소품이 아니라 우리가 잃었다고 느끼는 켜켜이 쌓인 정이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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