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소비 억제에 나섰다. 국세청이 지난 10일 강남의 고급유흥업소와 대형음식점, 수입여성의류, 대형부동산 임대사업자 등 불건전한 향락문화와 지나친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판단되는 전국 3만6천여명의 사업자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선정, 오는 9월부터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그 뒤를 이어 관세청이 15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를 특별 검사기간으로 정해 해외여행입국자들에 대한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세무조사니 휴대품 검사강화니 하는 과소비 억제조치는 과거에도 써봤던 조치다. 미국 등 해외로부터 수입방해라는 비판을 가져오기도 했었다. 사실 이번 조치, 특히 세무조사는 경우에 따라 트집을 잡혀 물의를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세무조사가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과소비 진정의 효과도 얼마나 나타날지 의문시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세관의 휴대품 검사강화도 완화한다고 크게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 다시 조이는 것은 뭣이냐는 불만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과소비억제책들이 기본적으로 시장개방이라는 세계무역추세에 거슬리는 것이고 방법도 구태의연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소비가 얼마나 과열됐기에 정부가 이러한 무리한 수단들을 다시 들고 나왔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의 조처는 건전한 소비행태를 파괴하고 국제수지 등 국민경제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이성 잃은 과소비를 치유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겨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소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미·일·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의 소비를 능가하고 있다. 의류·화장품 등 대량소비품들이 값비싼 해외제품에 의해 압도된 지 오래다. 소비자들의 외제선호에 따라 국내패션업계와 화장품업계는 제품개발, 품질향상 등 경쟁력제고 노력보다는 손쉬운 외제브랜드 수입으로 전환, 국내생산기반이 붕괴될 정도다.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소비제도 고가·대형의 외제품이 급신장되고 있다. 자동차도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권 외제차 수입이 격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객들은 여름과 겨울 성수기 각각 2개월은 비행기예약이 하늘의 별따기가 될 정도의 관광 등 여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휴대품으로 반입하는 보석, 고가골프채, 고급의류, 시계 등 사치품도 상당하다. 결과는 저축률의 저하, 국제수지 적자(올 예상 1백10억달러)등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잠재력의 붕괴로 나타난다.
국민 각자가 스스로 소비생활의 건전화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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