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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관계 급랭/파문 확산… 발언내용·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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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관계 급랭/파문 확산… 발언내용·야 반응

입력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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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범 의원 양김 원색비난/“이솝우화 양치기”“인권유린 주역” 공격/야 “비열한 행태… 영수회담 보이콧 불사”15일 국회본회의에서 신한국당 이신범 의원이 야당총재를 격렬히 비난하고 나서 여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이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을 통해 김대중 국민회의, 김종필 자민련총재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이의원의 공격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총리나 국무위원이 아닌 야당총재에게 모욕적인 비난을 행한 것은 여권의 의도적인 양김 파괴공작으로 간주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에서는 『사과가 없을 경우 영수회담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마지막 대정부질문자인 이의원은 『정부에 대해 질문하기 앞서 우선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야당의 개원방해는 특정인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야당의 거국내각이나 내각제도 손잡고 권력을 잡아보자는 의도에서 나왔을 뿐』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어 이의원은 직설적으로 야당총재들을 공격했다.

그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대해 『지난 대통령선거를 분기점으로 그 분의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계은퇴를 했다가 다시 복귀한 행태는 이솝우화의 양치기소년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그 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한번 더 외친다면 사람들이 모이겠느냐』며 『우화에서 보듯이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의원은 이어 포문을 김종필 자민련총재쪽으로 돌렸다. 그는 『저는 25년전 김종필 총재가 만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전기고문을 당했다』며 『김총재는 자신이 저질렀던 인권유린, 헌정파괴에 대해 속죄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집권의 길을 열어보려고 내각제개헌을 운운하는 것은 국정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업신여기는 처사』라고 자민련의 내각제론을 통박했다.

○…이의원의 발언도중 본회의장은 『질문이나 하라』는 야당의 비난과 『잘한다』는 여당의 고함이 뒤섞여 소란스런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의원의 발언이 끝난뒤 자민련의 이원범, 국민회의 설훈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원범 의원은 『나이 70이 넘는 야당총재를 손자같은 사람이 비난하는 것이 새정치냐』고 여당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설의원은 『영수회담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정치원로를 비난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며 이의원의 사과와 함께 국회윤리위 제소를 요구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회후 긴급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 신한국당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논평을 통해 『대정부질문자를 야당총재 공격수로 내세운 저의가 무엇이냐』며 『한편으로 대화를 하자면서 다른 편으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비열하다』고 비난했다. 자민련은 김종필 총재 주재로 긴급당직자회의를 열고 『국회의 권위를 바로세우기 위해서 이의원의 저질발언은 묵과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가까스로 속개된 회의에서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야당의원들이 대통령을 동네북 치듯이 공격하면 괜찮고, 여당의원이 야당총재에 대해 한마디만 걸치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김영삼 대통령을 비난한 국민회의 유재건 부총재의 대표연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맹의원은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려면 국가원수 모독부분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맞받아 쳤다.<김광덕·이동국 기자>

◎개인 소신인가 당과 교감있었나/이 의원·지도부 “독자발언” 강조/“당서 미리 알고도 묵인” 시각도

15일 국회대정부질문에서 파란을 일으킨 신한국당 이신범 의원의 두 야당총재에 대한 원색비난은 이의원의 독자 결정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당지도부와의 교감속에 이루어진 것인가.

이같은 의문은 여야간 감정의 골을 감안하더라도 이의원의 비난수위가 지나치게 높았고 야당의 영수회담 거부움직임 등 심각한 파문을 초래한데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이의원의 질문서를 「사전검열」했고 이런 사태를 예상치 못했을 리 없는 여당이 그의 발언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이의원의 비난이 영수회담을 목전에 둔 최근의 정국흐름과는 어긋난다는 것이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의원 본인과 당지도부는 한결같이 『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청원 원내총무는 『그의 원고를 미리 받아 일부 표현을 고쳤다』며 질문서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서총무는 그러나 『야당이 국가원수이자 당총재인 대통령을 무차별 공격하는데 이정도의 반격은 무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영수회담을 망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내에도 이의원의 직선적 성격에 비추어 그가 속마음을 여과없이 쏟아놓았을 뿐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파문은 금도를 넘어선채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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