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권자 표외국 거센 저항사이 고민/“6개월간 시행 유보” 타협책 낼 가능성 커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대쿠바제재법인 「헬름스―버튼법」의 적용 문제를 놓고 「햄릿의 고민」에 빠져 있다. 대선을 의식하면 당연히 밀고 나가야 하지만 대외관계를 감안하면 유보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이 법은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공화·노스 캐롤라이나주)과 댄 버튼 하원의원(공화·인디애나주)이 제안, 3월 의회를 통과한 것으로 외국의 대쿠바 투자를 억제하는 압력 수단으로 마련됐다. 당초 이 법을 반대했던 클린턴은 쿠바가 2월 영공침해를 이유로 미민간 항공기 2대를 격추하자 지지를 표명했다.
이 법의 문제 조항은 ▲59년 이후 쿠바가 동결한 쿠바내 미국자산을 매매한 외국기업에 대한 미국내 법원제소 허용 ▲이들 외국기업 관계자들의 미국입국 비자 거부 등이다.
캐나다의 셰리트사가 이 법에 의해 시범케이스로 제재대상에 오르자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 등 중남미, 유럽연합(EU), 일본 등 각국들이 들고 일어나 클린턴 행정부에 이 법 시행을 유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현재 쿠바내 동결된 미자산규모는 약 18억달러로 100여개 기업들이 쿠바와 합작으로 이 자산을 이용, 사업을 하고 있다. 카스트로 정권이 구소련으로부터 지원받던 50억∼60억달러의 원조금이 끊기자 미국내 동결자산을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캐나다와 EU 회원국들은 자국기업이 소송에 말려들어 미국내 활동에 제약을 받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쿠바전체 교역중 45%를 차지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EU 국가들은 유럽기업들이 쿠바투자로 제재를 받으면 자국내 미국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들에 입국비자를 요구하는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고 15일부터 열린 EU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이 법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클린턴은 외국의 반발에도 불구, 재선에 매우 중요한 지역인 플로리다주와 뉴저지주의 쿠바계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뉴저지주는 클린턴이 밥 돌 공화당 대선후보보다 20%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플로리다주는 백중세의 양상이지만 클린턴이 이 법을 유보한다면 돌후보의 지지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16일까지 이 법 시행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할 클린턴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클린턴이 타협책으로 6개월간의 시행 유보조항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쿠바의 목을 최대한 조이면서 유럽등 동맹국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묘수풀이」가 무엇이 될 지 주목된다.<이장훈 기자>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