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크기 순금 5점에 정교한 장식/판금·금사 등 제작신비 규명 안간힘1,300년전에 어떻게 그런 정교한 공예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4월말 감은사지 3층 동탑(국보 제112호)의 금동사리함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순금 풍경 5점은 밥알만한 크기에 정교하고 세련된 장식처리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동현) 보존과학연구실은 3년안에 감은사탑 금동사리함의 보존처리 및 복원을 끝내기로 하고 사리기의 처마끝에 달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풍경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2개월이 넘도록 풍경은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 전체 길이 0.5∼0.7㎝, 보일 듯 말 듯한 금알갱이들이 3∼4개씩 붙어 있는 종모양 몸체(0.3㎝), 몸체를 관통한 0.01㎝ 두께의 금사고리, 그 끝에 매달려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탁설이 우리나라 문화재연구의 실력과 기량을 시험하고 있다.
외형 관찰만으로도 이 유물에는 금판을 두드려 얇게 펴는 판금기술, 실처럼 가느다랗게 금사를 뽑아내는 기술, 미세한 금알갱이를 땜질하지 않고 붙이는 낱알기법(Granulation)등 고도의 제작기법이 총동원됐음을 알 수 있다. 보존과학연구실이 추정하는 제작과정은 크게 몇 단계로 나뉜다.
①금판을 만드는 단계. 금덩어리를 판판하게 두들겨 펴서 일정한 크기로 도려내고, 도려낸 금판을 가죽에 싼 뒤 다시 두들겨 편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두께가 얇은 금판을 만들 수 있다. ②알맞은 두께가 되면 판을 작게 오려내 원통형으로 말아 종모양을 만든다. ③몸체가 완성되면 둥근 표면에 금알갱이들을 붙여 모양을 낸다. ④금사를 뽑아내 몸체 사이에 끼워 넣고 고리를 만들어 탁설을 매단다.
이중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금알갱이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 금사를 뽑아 일정한 크기로 잘라 가열하면 표면장력 때문에 금이 동그랗게 뭉친다. 또는 금을 녹인 뒤 채를 사이에 놓고 물에다 부으면 금물이 식으면서 알맹이럼 뭉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금알갱이를 다시 땜하는 데는 붕사(flux)라는 약품을 묻혀 붙이는 법, 알갱이에 직접 열을 가해 붙이는 제살땜, 금보다 용융점이 낮은 금·은·동 합금을 만들어 붙이는 법, 은판을 깔고 은이 녹을 때 붙이는 은땜등이 활용되고 있다.
낱알 만들기와 땜기법은 그 자체로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만, 이 풍경처럼 미세한 크기에는 적용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보존과학연구실 김선덕 연구원은 『이 풍경은 현존하는 금제품중 가장 작은 크기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며 『제작기법을 추적하려면 똑같이 만들어봐야 하지만 워낙 미세하고 정교한 유물이라 재현실험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리함에서 유리제품(사리병)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신라의 기술자들이 유리로 돋보기를 제작,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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