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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옥·박명희·전경린 새소설 똑같은 화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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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옥·박명희·전경린 새소설 똑같은 화두 눈길

입력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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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여자에게 무엇인가/불행한 결혼생활·자아 지키려는 고단한 삶 조명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남편의 바람기, 혼수불평을 일삼는 시어머니, 사고뭉치 시동생, 낳아야 할 아들」. 결혼한 여자들이 맞닥뜨리는 불행의 얼굴은 가지각색이다. 요즘은 이혼도 밥 먹듯 쉬워지고 결혼이 여자를 꼭 그런 모습으로 만든다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여자의 불행 가운데 한 부분은 결혼과 더불어 생겨난다. 소설가 김만옥, 박명희, 전경린씨는 새 소설에서 결혼생활의 어두운 결을 하나씩 들추어 보여준다.

김만옥씨의 장편 「결혼실험실」(고려원간)은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전업주부가 된 40대 후반의 주인공 손희숙이 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아 처리한 이혼소송을 다루고 있다.

아내의 간통을 목격한 남편이 『나는 그럴 수 없게 모범적인 남편이었다』면서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부인은 두 달간의 외도를 시인하면서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렇지만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끝까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앞에서 여자는 자살하고, 그제서야 남편은 마음으로 부인을 벌써 용서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혼 전의 모습과는 전혀다르게 매일 강제로 성행위를 요구하는 변태남편, 쌀 한 가마, 옷 한 벌을 사는 데도 얼마를 썼는지 일일이 보고하게 만드는 남편의 학대, 아내가 못 배웠다고 딴 살림을 차린 남편이 돌아오길 견디다 못해 이혼신청한 여자.

소설에 나오는 결혼생활의 양상은 비정상적이어서 신문에서나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몰아가는 냉정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가사조정위원을 지냈던 작가는 『부부란 결혼과 동시에 적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결혼생활의 불행한 모습을 꼬집었다.

「문학사상」에 단편 「별의 주소」를 발표, 89년에 늦깎이로 등단한 박명희씨는 첫 소설집 「안개등」(세계사간)에서 결혼과 가족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를 중심인물로 등장시킨다.

남편의 외도에 시달리는 여자, 첩이나 그 첩의 딸이 짊어진 운명같은 불행, 시쳇말로 격에 맞지 않는 결혼 때문에 고생하는 순정한 여자가 소설에 등장한다. 이혼에 이르는 부부가 극적이면서 보기에 따라 비상식적인 모습이라면, 이혼도 못하고 시댁 친지와 아들딸에 얽매인 여자의 모습은 안쓰럽고 안타깝다. 「별의 주소」 「안개등」에서 그런 아픔과 고비를 넘기는 여자들의 모습이 촘촘히 묘사되어 있다.

젊은 작가 전경린씨의 첫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문학동네간)는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30대 초반의 주부이다.

이 소설 역시 결혼과 여자의 고단한 삶을 주제로 하지만 결혼이 때로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 제도라든지, 그래서 여자의 생은 억울하다든지 하는 직접적인 불행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로 향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결혼 때문에 정체성을 잃어가는 여자에 관심이 있다.

「자신을 자신인 것으로 만드는 그 무엇」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또는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자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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