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문명의 열쇠라고도 하고 문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불은 기술과 결합하여 문명을 크게 발전시켰다. 더 밝고 더 강력하며 옮기기도 쉬운 불을 만들려는 끝없는 노력은 19세기에 이르러 제2의 불이라는 전기를 발명하였으며 이어 제3의 불로 불리는 원자력을 발명하였다.전기는 불보다 몇십배나 더 밝고 더 뜨거운 열을 내기도 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어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전선만 있으면 어디고 순식간에 옮길 수 있는 꿈의 불이며 신비의 에너지다.
에어컨등 각종 가전제품이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전기수요도 급증, 매년 여름철 전력난을 겪는다. 전력난을 해소하려면 훨씬 더많은 발전소가 필요한데 발전소 건설에는 1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려 전력수요를 미리 예측해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에어컨 보급에 따른 전력수요만 해도 그렇다. 과거 선진국의 예를 보면 자동차보급이 일반화해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면 뒤따라 에어컨 보급이 느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냉방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전력수요예측에 따라 장기전력수급계획(1995∼2010년)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0년에는 지금보다 두배인 6,565만㎾의 전력이 필요하며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46조원을 들여 122기의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전력예비율이 13.8%에 이르게 되는 2000년 이후라야 전력부족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추진하는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입지문제다. 최근의 님비현상으로 발전소 건설현장마다 주민들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이미 허가난 원전발전소 건설을 취소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다른 어려움은 46조원에 이르는 투자재원 조달문제다. 이 막대한 재원을 정부나 한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결국은 민자의 대폭적인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전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덜 쓰도록 수요를 줄이는 것도 발전소증설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교육을 통한 범국민적인 절전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기값도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료는 일본이나 대만 일본 영국 프랑스보다 훨씬 싸다. 가정에서 한여름내내 전기를 절약해보았자 절약된 금액은 수박 한두통값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의 적정화는 절전을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발전소 건설재원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다. 이와 함께 절전투자와 그 수익으로 채산을 맞추는 소위 DSM(Demand Side Management)의 기업화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해왔다. 인간은 전기와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연을 정복하고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하늘엔 구멍이 뚫리고 공기는 혼탁해졌으며 강과 바다는 썩어가고 대륙은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 절약을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생활패턴을 계속해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환경보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까지의 생활스타일을 변경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검약주의 실천강령이나 경제성장을 유보하더라도 환경을 지키자는 녹색경제학자들의 주창은 아직은 외로운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어둠속에서 빛을 밝히는 묵시록같이 들린다.
이제 모두가 이들의 외침에 호응하여 절약의 대열에 참여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헌신적인 절약을 기대할 수는 없다. 바닷물이 3%의 염분으로서 썩지않고 자정능력을 유지하듯 백에 한두사람씩이라도 절약의 전도사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절약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오늘도 또 불 켜 놓고 자는구나』 어릴적 밤마다 내방을 들여다보곤 불을 꺼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들리는듯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