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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에 이른 여천공단(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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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에 이른 여천공단(사설)

입력
1996.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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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천공단도 결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인간불모의 공해지역임이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현지 실태조사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현지 시당국이 오는 99년까지 공단내의 4천가구 1만5천여 주민을 단계적으로 집단이주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새삼 경악하고 있다.64년 중화학입국의 꿈을 안고 여천 청정해역의 임해공단에 자리잡았던 공단이 결국은 30여년만에 집단이주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삶의 질이나 환경지키기에 대한 배려없이 무모하게 산업을 일구어 온 대가를 우리는 너무나 비싸게 치르게 됐다.

돌이켜 보면 지난 86∼87년 우리는 울산·온산공단을 공해특별대책지역으로 첫 지정, 주민 8백여가구 2천2백여명을 이주시킨 바 있었다. 그 때의 산 교훈을 실천하지 못해 불과 10년만에 전철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당국은 또 저지르고 말았다. 어떤 벌로도 책임을 다할 수 없는 중죄다.

여천공단의 열악한 환경은 KIST의 조사내용이 그동안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면서 사회문제화되어 왔다. 공단의 석유화학공업단지에서 내뿜고 배출된 공해물질로 대기, 하천 및 바다, 식수 등이 모두 오염되어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호흡기·피부질환을 앓아 왔고 어린이들조차 탈모에 시달렸을 정도였다. 또한 벤젠 등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도 전국평균 보다 27.5%나 높았다. 그런 인간불모의 참상이 그간 10여차례 민원으로 당국에 진정됐었다. 아무 반응이 없다가 느닷없이 집단이주 소리가 나와 버린건 또 다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건 시당국과 KIST간에 의견이 일치된 집단이주 문제마저 제대로 실천될 성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시된 집단이주 소요경비 총액이 무려 6천8백65억원에 이른다. 벌써부터 이 막대한 경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환경부와 지자체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이주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합동조사가 환경부 주관으로 착수된 이상 그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오염이란 원인제공자에 일차적인 제거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입주업체의 부담은 당연하다. 다만 입주업체들이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수행돼야 하며 국가규모공단의 공해문제를 방치, 「주민이주」에 이르게 한데 대한 정부의 더 큰 책임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해당지역 주민들이 생활터전의 이전이라는 불이익과 고통을 감내하고 이주한다 해도 그 후에도 오염배출이 계속된다면 이것은 국가환경차원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KIST 실태조사의 내용과 이번 합동조사의 내용은 상세히 공개돼야 하고 정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오염의 차단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여천 이주」의 의미가 있다. 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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