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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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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옆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은 한마디로 「요새」와 같다. 길쪽으로 창문이 많지 않은데다 창유리도 투명하지 않아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철제 정문은 전기로 여닫고 담위엔 철책이 둘러쳐져 있다. 이것도 부족, 경찰이 항상 주위에서 경비를 하고 있고 경비원이 출입자를 전부 체크한다. ◆도쿄(동경) 미나토(항)구 미나미아자부(남마포)에 있는 주일한국대사관도 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다. 4면이 유리로 된 대사관건물 자체는 산뜻하지만 높은 담에다가 높이가 4m나 되는 철제 정문이 버티고 서 있는 「철옹성」이다. 여기도 경찰이 거의 매일 경비를 하고 출입자를 확인한다. ◆이같은 두나라의 대사관은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두나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사관을 이처럼 지은 것이지만 불안함을 완전히 씻을 수는 없다. 이를 입증하듯 12일 일본우익단체 청년이 자동차를 타고 한국대사관 정문에 돌진하는 테러를 자행했다. ◆시대착오적인 망발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자칫 요즘 고조되고 있는 두나라간의 화해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본에는 1천8백여단체에 12만명 정도의 우익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존재를 알리려 몸부림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일본정부나 정치가들의 발언이나 태도에 의해 촉발된다는데 있다. 한국대사관에 테러를 한 청년이 「독도는 일본땅이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전단을 뿌린데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정부나 망언이나 일삼는 정치가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바로 서지 않는 한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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