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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씻김굿/망자의 한·산 자의 설움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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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씻김굿/망자의 한·산 자의 설움 “훨훨”

입력
1996.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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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과 범패」 두번째 무대 21일 예술의 전당서/걸쭉한 남도소리·김대례 춤사위에 탄성극락왕생은 모든 사람의 염원이다. 누구나 사후의 세계에 두려움을 갖지만 그 두려움의 한 편에는 극락왕생의 소원이 깃들어 있다. 한국인의 이러한 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의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이다.

이승에서 떠도는 죽은 이의 넋을 달래고 한을 풀어주는 진도씻김굿이 21일 하오 4시 예술의전당 한국정원에서 펼쳐진다. 한국일보사가 예술의 전당, 문화예술TV A&C코오롱과 공동주최하고 LG신용카드가 협찬하는 「한국의 소리와 몸짓Ⅴ―굿과 범패」의 두번째 무대다. 대물림 무당 김대례, 북과 소리에 뛰어난 박병천 등 진도씻김굿 기능보유자와 제자들이 굿을 맡아 제대로 한 판 벌인다.

불교적 요소를 많이 수용한 진도씻김굿은 예향으로 이름높은 전남 진도지방의 굿답게 예술성이 뛰어나다. 아름답고 세련된 음악과 우아한 춤, 잘 짜여진 상징적 의식등 종합예술로서 모자람이 없다.

굿 순서는 굿 채비에 해당하는 조왕반, 조상에게 굿의 목적을 고하는 안땅에서부터 망자의 넋을 떠나 보내는 길닦음까지 열여덟 거리로 되어 있다. 이중 특히 고풀이와 영돈말이, 이슬털기는 진도씻김굿의 얼굴이라 할 만하다. 무당은 열 개의 고(매듭)를 지은 긴 무명필을 기둥에 매 놓고 하나하나 흔들어 풀어낸다. 망자의 설움과 한을 뜻하는 고가 풀릴 때마다 산 자들의 가슴에 맺힌 매듭도 따라 풀어지니 속이 후련해진다. 이어 돗자리에 망자의 옷을 싸서 둘둘 말아 세우고(영돈말이) 그 위에 넋 주발과 솥뚜껑을 얹은 다음 빗자루에 쑥물 향물 정화수를 차례로 적셔 씻긴다(이슬털기). 이슬처럼 방울방울 맺힌 망자의 한을 털어내는 것이다.

진도씻김굿에서 불리는 노래는 대부분 남도 육자배기 목을 쓴다. 강하게 떨거나 꺾는 목이 많아 슬프고도 꿋꿋하다. 꽹과리 등 타악 중심의 다른 지방 굿과는 달리 진도씻김굿은 피리 대금 해금 장구 징 북의 삼현육각 편성으로 절묘하고도 멋드러진 가락과 장단을 뽑아낸다. 춤도 다르다. 무당이 모둠발로 뛰거나 발을 달싹거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무릎만 굽혔다 폈다 한다. 그러다 한 번씩 버선 발을 슬쩍 내보이며 태극무늬로 도는데 그 춤사위가 점잖고 우아해 탄성이 절로 난다.

「굿과 범패」의 첫 무대였던 6월16일의 황해도대동굿은 비 때문에 토월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됐지만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 관객들이 땀에 흠씬 젖을 정도로 흥겨운 마당이 됐다. 580―1234<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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