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 위기이다. 출판산업에 몰아닥치는 개방의 파고가 거세다. 서점은 이미 95년, 인쇄부문은 올해부터 부분개방됐고 내년부터 외국인의 지분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아래 서적출판업이 개방된다. 이어 98년에는 전면개방시대를 맞게 된다. 올해 7월1일부터는 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57년이후 사망한 외국저작자의 저작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지급해야만 책을 낼 수 있게 됐다.이같은 개방의 파고에 노출된 출판산업의 현실은 참담하고 부끄럽다. 96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95년말 현재 전체 출판사는 1만1,571군데나 된다. 이 많은 출판사 중에서 지난 해 한 권도 책을 내지 않은 곳이 77.9%인 9,014군데나 되며 200종 이상은 0.2%인 19곳에 불과하다. 출판내용에서도 전체의 7할 가까이가 학습참고서 등 학생용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은 3만2,106종 1억5,700만여부. 양적으로만 따지면 세계출판량의 6% 정도를 내는 세계 10위권의 출판대국이 우리나라이다. 속빈 강정이 아닐 수 없다. 출판에서의 무역수지는 95년현재 수출 4억8,000여달러, 수입 11억1,000여달러로 8억달러 가까운 입초상태이다. 내년부터는 외국의 대형 유통회사가 외국간행물 중심으로 직판형태를 모색, 한국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인들은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세미나 토론회를 열어 유통의 현대화, 출판질의 향상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6일 제주도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21세기 한국출판의 세계화방안」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또 15일에는 한국출판연구소가 「21세기 출판문화 발전을 위한 산학협동방안」을 주제로 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에서 포럼을 연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대책은 미미하다. 출판육성과 진흥은 말뿐 저작권법 개정으로 가장 타격이 큰 학술출판을 돕기 위한 대책이나 출판산업 전반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소홀하다. 서점은 영세하고 대도시에 편중된채 출판업은 경영의 비효율성, 전근대적 유통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르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출판대국이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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