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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족 문화(세상이 변한다 사회가 변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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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족 문화(세상이 변한다 사회가 변한다:4)

입력
199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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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독립” 가부장 전통 옛말/가사도 공동분담… 「자신의 삶」에 열중한 여성인권단체가 최근 내 건 「여자와 남자가 함께 사는 조건」을 보자. 그 첫번째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보장하고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재산은 부부공동 명의로, 재정관리는 각자가」, 세번째는 「가사·육아는 합리적으로 분담한다」등이다.

세상과 사회의 변화에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고도의 산업화와 물질적 풍요, 맞벌이 부부 및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등은 사회의 기초 구성원인 가정과 가족을 전통적 모습으로부터 소리 없이 해체해 가고 있다.

명문여대를 졸업한 후 사설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결혼한 성모씨(30). 그는 『결혼도 홀로서기의 한 가지 방식이며 심리적, 경제적 독립이 결혼의 기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남편 역시 전문직인 이 부부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아직은 없다. 각자의 월급은 각자의 통장에 들어가고 생활비만 공동분담하고 있다. 설거지와 빨래 등 가사는 돌아가면서 책임진다.

각자의 삶과 사회적 성취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가족의 결속력과 가정이라는 가치는 심각하게 약화하고 있다. 「함께 벌고, 아이는 싫다」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을 이웃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생활비와 고물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부업과 취업을 하는 주부들도 많아지고 있다. 점차 선진외국형 가정형태가 돼가는 것이다. 여성의 노동은 부부평등, 여권신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전업주부」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주부의 역할에 대한 과거의 인식과 평가도 바뀌었다.

이같은 변화에 가부장적 전통가족관은 이미 설자리를 잃고 있다. 오늘날의 부권은 상대적으로 강해진 아내와 어머니의 위치 앞에 「간 큰 남자」시리즈로 희화할 정도다. 부권을 회복하자는 운동이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 등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최윤필 기자>

◎전문가 진단/신용하 교수·서울대 사회학과/전통기반 「대항가족문화」 정립 시급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가족해체」의 심각한 위기가 우리 사회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 가족문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극복은 필요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서구의 경우처럼 가족의 해체로 진행돼서는 안된다. 전통에 기반한 건강한 「대항가족문화」의 정립이 시급하다. 미 하버드대학의 대니얼 벨 등 세계적 석학들은 사회적 성차별, 가부장제 등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족제도는 인류가 유지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제도』라고 극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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