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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경제인 8명 북 나진·선봉 시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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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경제인 8명 북 나진·선봉 시찰기

입력
199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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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타진 한국기업인 발길 “부쩍”/미주 한인 벌써 컴퓨터·영어학원 운영/“간선도로 확장” 인민군들 바쁜 몸놀림/한진 컨테이너·그랜저 승용차도 목격미주경제인연합회장 존 김씨(한국명 김존영)를 비롯한 재미 한인경제인 8명은 6월28일∼7월1일 북한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방문, 개발 현황을 둘러 보고 북한 당국과 투자사업을 협의했다. 이들이 보고 들은 바를 정리, 9월13∼15일 열리는 투자설명회를 꼭 두달 앞둔 현지 모습을 살펴 본다.<편집자 주>

우리는 북경(베이징)에서 연변(옌볜)을 거쳐 도문(투먼)에서 남양다리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 갔다. 북한 검문소는 X선 검색대를 갖춘 최신식이었고 통관절차도 간단했다.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관두 과장(국장급) 등이 직접 마중 나왔다. 김과장은 「간큰 남자」시리즈를 알고 있을 정도의 한국통으로 직접 만나 본 적이 있는 한국기업 관계자들의 이름만도 끝이 없었다.

김과장 등은 중국과 러시아가 「두만강 3각지대」의 개발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 때문인지 출입국 업무 등 나진·선봉지구 관련업무에 대단히 비협조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측 검문소가 정오∼하오 2시 내내 쉬는 데다 토·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고 평일에도 연락 전화를 3∼5시간씩 받지 않아 출입국업무가 지연되기 일쑤라고 예를 들었다. 또 국경초소의 한 관리는 대형쌍안경을 갖춘 도문쪽의 전망대를 가리키며 『남의 땅 내려보게 하고 돈버는 놈들』이라고 중국측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반도 최북단 남양에서 두만강을 따라 온성 왕제산 새별 은덕(아오지)을 거쳐 나진에 이르는 150㎞정도의 산길은 시속 20㎞ 이상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비포장 도로였다. 나쁜 도로사정이 나진·선봉지구 개발의 커다란 걸림돌의 하나임을 북한 관계자들도 인정했다. 그러나 나진항과 선봉항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는 군인들을 동원한 확장공사로 분주했다.

나진·선봉 행정경제위원회 서명준 건설위원장은 북한 당국이 투자자에 한해 상주허가증을 발급, 생활과 출입국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미 올초부터 2명의 재미동포가 나진시내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사람은 현재 컴퓨터와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제난과 해외사정에 대한 무지를 솔직히 시인하는 등 비교적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나진항에는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10여개가 쌓여 있었고 중국인 관광객이 몰고 온 그랜저 승용차가 나진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연길(옌지)에 세운 합작회사 지사를 나진에 설치해 이미 진출한 상태였다.

서위원장은 또 삼성 쌍용 금호 고합 등 한국의 재벌 기업이 나진·선봉 투자진출계약을 북한측과 체결했으나 한국정부의 투자승인 지연으로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래도 투자가능성 타진 등을 목적으로 나진·선봉을 찾는 한국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6월28일 숙소인 비파여관에서 때마침 이곳을 방문한 한국건설기술자협회 일행 6명과 직접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일본단체의 주선으로 입국사증없이 도쿄(동경)에서 비행기로 하바로프스크에 내려 기차로 두만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9월13∼15일 열리는 투자설명회 참가자들이 머무를 나진·선봉지구 최초의 호텔인 8층, 객실 100개 규모의 「나진국제호텔」은 대부분 공사가 끝나 막바지 내장공사에 들어가 있었다. 또 선봉지구내 웅상항 인근에는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북한 최초의 방갈로가 지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 온 500유닛(1유닛은 약 28평) 규모의 나진상업센터 건립사업도 부지 정지작업은 끝났으나 약속됐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상가건립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 등의 대북한 투자억제 정책으로 나진·선봉지구의 개발상황은 당초 계획에 훨씬 못미치고 있었다.<정리=la미주본사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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