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상오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신한국당 통신과학위윈회 소속 의원들과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는 2시간에 걸친 당정협의끝에 전화요금 조정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전화요금조정안을 발표한지 사흘만의 일이다. 정통부는 침통한 표정으로 새로운 조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이번 전화요금파동의 근원은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3년 7월 문민정부는 전화요금이 부과되는 기준전화국에서 30㎞이내 지역을 시내전화요금체계를 적용하는 「선심성 정책」을 발표했다. 인천에서 뱃길로 몇시간 가는 백령도나 성남 일산 등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서울과 통화할 때 시내요금을 적용받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후 한국통신 시내전화요금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또 30㎞이내에 설치된 시외전화 교환기에는 극심한 체증이 빚어져 통화품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첫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후유증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는 뒤늦게 이같은 요금구조를 바꾸기 위해 전화요금조정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시외 및 국제전화요금을 5∼6% 인하하면서 시내·외전화요금구조를 조정하려 한 것이다. 당장 전화료가 오르게 된 수도권등 해당지역주민들이 술렁거렸다. 수도권지역 국회의원들이 표 떨어진다 싶어 가장 바삐 뛰어다니며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결국 지역구 주민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목청높이기가 백지화를 끌어냈다.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 맞추겠다」던 정통부는 단추를 하나 더 잃고 물러섰다.
정통부관리들은 전화요금이 또 정치논리에 말려 오락가락의 늪속으로 빠져버렸다고 울상이다. 정치바람도 문제는 문제다. 그러나 정통부는 여론을 짚어보지 않고 성급하게 조정안을 냈다가 취소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당정간에 좀더 진지한 논의없이 황급히 안을 백지화한 조치도 현명치 못하다. 당초 선심성 정책에 스스로 발목이 묶인 정부가 전화요금파동의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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