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남녀역할 가상 성차별 풍자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남녀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이갈리아」라는 나라가 있다. 정숙은 물론 가사 부담등 일상의 자잘한 억압과 차별을 감수하는 성은 남자인 「맨움」이다. 여자 「움」은 부양의 책임을 가지며 유약한 맨움을 보호하고 성생활을 주도한다. 너무나 익숙해서 느낄 수조차 없는 일상생활 곳곳의 성차별, 그 차별의 합당한 근거라고 주장되는 생물학적 차이들이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산물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를 토대로 한다.
이를테면, 여자의 성적 쾌감은 음핵에서 오기 때문에 이갈리아에서는 여자의 성생활이 생식과 반드시 연결될 필요가 없다. 반면 남자의 오르가슴은 사정으로 끝나고 사정은 언제나 생식과 관련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전적으로 피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매우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자에게는 희극으로, 남자에게는 비극적이거나 병적인 발상 정도로 비춰질 이 소설은 여성 억압이나 성과 계급의 문제, 동성애·가사노동에 대한 논쟁 등 여성학이론의 쟁점과 여성운동의 역사를 폭넓게 은유하고 있다.
여성운동가로 활약하는 노르웨이 출생의 작가 브란튼베르그는 여성해방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소설을 써왔다. 노옥재씨등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4명이 공동으로 영어본을 우리말로 옮겼다. 황금가지간·7,000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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