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관광산업 진흥대책은 얼핏 보기만 해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작성된 계획인지 알 수 없으나 너무 졸속으로 서두른 것 같고 내용이 부실해서 조잡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황무지가 돼버린 관광산업에 대해 정말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관광산업을 한번 중흥시켜 보겠다는 결연한 정책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이번 대책중에서 가장 먼저 지적돼야할 문제점은 관광진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출국세를 거두겠다는 대목이다. 주로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1인당 2만∼3만원씩 인두세 형식으로 돈을 거둬 5년간 2천억원의 기금을 추가 조성해서 관광호텔 신축자금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인 모양인데 이야말로 국민과 민생을 안중에 두지 않는 방자한 행정편의주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만원씩의 거금을 들여 해외관광에 나서는 사람들이 단돈 2만∼3만원 때문에 여행을 포기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행억제를 위해 세금을 거둔다는 것은 논리가 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로 대기업들이 짓게 될 관광호텔 신축자금 지원을 위해 여행객들에게 5년간 2천억원을 물리겠다는 얘기가 되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세금을 물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요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통행세나 주행세 환경세 특별부가세 또는 무슨 기금 부담금 운운하며 걸핏하면 돈 거둘 궁리만 하는 것은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책중에서 출국세 이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에 대규모 관광휴양단지 조성을 허용하겠다는 대목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빌미만 생기면 그린벨트를 풀고 녹지를 훼손하려는 바람에 많은 국민이 늘 조바심해 오던 터인데 이번에 또 대규모 녹지훼손을 기도하는 대책이 나왔으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녹지훼손은 비단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토지형질변경에 따른 지가차익과 특혜시비, 부동산 투기조장, 교통난 가중 등 부작용과 폐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여신규제완화 대기업의 부동산매입허용 각종 부담금완화 등 여러 모로 배려를 하는 것은 뒤처진 관광산업진흥을 위해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다 하겠으나 출국세와 녹지훼손만은 보다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관광이 안되고 있는 것은 볼게 없고 더럽고 비싸고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관광자원의 개발과 함께 고물가 대기오염 교통체증 및 서비스의 개선 등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관광산업을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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