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진화 신비를 캔다/「최초의 인간 루시」 인류학적 주요사건·발굴 뒷얘기 등 소개/「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었나」 과학기술 발달과정·문화이면사도 다뤄최초의 인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은 어떻게 일하는 법과 생각하는 법을 배웠으며 어떻게 불과 쇠를 손에 넣게 되었을까. 인류의 진화과정에 대한 궁금증에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문화인류학서가 나란히 출간됐다. 「최초의 인간 루시」(푸른숲간)와 3권으로 된 「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었나」(일빛출판사간)가 바로 그 책들이다.
1m정도의 키, 27㎏가량의 몸무게, 소프트볼보다 크지 않은 머리에 턱이 크고 앞으로 툭 튀어 나온 얼굴. 74년 11월30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다르의 한 계곡에서 발견된 350만년전 최초의 인간 모습이다. 발굴자인 고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과 메이틀랜드 에디가 함께 쓴 「최초의 인간 루시」는 발굴과정, 고인류학의 역사및 인류의 진화과정과 인류학사에 기억될 만한 주요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요한슨팀은 화석을 발견한 기쁨에 들떠 비틀스의 노래 「다이아몬드가 있는 하늘의 루시」를 틀어놓고 밤새 술을 마시다가 노래제목을 따 「루시」라고 명명했다. 또 사망당시 25∼30세의 여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 이 화석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종명을 부여했다. 요한슨은 루시가 왜 직립보행을 시작하게 됐는가부터 살핀다. 직립보행은 성적 충동과 아이를 더 많이 낳기 위한 욕구때문이었다. 네 발로 기어다녀서는 암컷이 아기를 데리고 나무에 올라가거나 먹이를 구하러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에 둘 이상의 아기를 키우기 어려웠고 출산을 줄이기 위해 성적 충동을 억제해야 했다. 그러나 직립보행을 하면서 수컷이 먹이를 운반할 수 있게 되자 한 곳에서 아기를 여럿 키울 수 있게 됐으며 발정기를 놓치지 않고 성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외에 이 책은 루시에 대한 분석과정과 결과, 의문점등을 다루고 네안데르탈인 자바원인 북경원인의 발굴에 얽힌 일화 등 고고인류학계의 발자취를 재미있게 정리했다.
미하일 일리인과 엘레나 세갈의 역작 「인간은 어떻게…」는 인류문화의 생성·발전과정을 큰 역사적 흐름 위에서 살피고 있다. 진화과정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 학문의 탄생과 성장등 문화의 이면사도 함께 다루었다.
제1권 선사편에서는 유인원이 어떻게 인간다운 모습으로 진화하였는가를 고고인류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서술했다. 2권 고대편에서는 유인원에서 진화한 인간이 자연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3권 중세편에서는 중세시대 과학의 성쇠를 로마제국 멸망이후 전반의 역사를 통해 설명해 나간다. 이 책에서 일리인은 역사가 발전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이 발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통제와 속박, 기존의 사상체계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끝없는 노력의 결과로 봄으로써 역사인식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당초 전4권으로 기획, 「원자로 가는 여행」 「혹성의 개조」도 수록할 예정이었으나 일리인이 53년 사망하는 바람에 르네상스시대에서 끝나고 말았다. 각권에 100여장의 세밀화를 넣고 깬석기 빗장뼈 같은 쉬운 고고학용어를 써 이해를 돕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한 편의 소설처럼 엮어낸 일리인은 책말미에서 『불굴의 의지로 신세계를 개척해온 인간은 위대한 거인임에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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