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소변비닐주머니를 거부해 방임한 결과 밤새 세장의 시트와 세벌의 환자복 하의, 두벌의 상의가 필요했다. 그의 비애와 눈물 오래 기억해 두자」「잠만 자며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일이 가장 힘들다」아끼는 후배가 91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자 그의 친구 14명이 두명씩 조를 짜서 매일 밤 병상을 지키며 쓴 간병일지의 한 구절이다. 관포지교 못지않은 우정과 사랑, 정성이 의료진도 장담 못하던 혼수상태의 환자를 90여일만에 기어코 살려내고야 말았다. 「이렇게 간병합시다」란 제목의 일지는 17개 수칙으로 시작된다. ▲근육과 관절을 수시로 풀어주고 욕창방지를 위해 자주 모로 누이자 ▲가래가 튀더라도 기관지 절개구멍은 절대 막지 말라 ▲호스를 통해 약이나 미음을 넣기 전과 후에는 반드시 식수를 30∼40㏄ 정도 주사하자 ▲양팔은 항상 침대에 느슨하게 묶어 놓아야 한다. 간병조는 이렇게 한겨울의 밤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8시까지 뜬눈으로 지새며 환자의 몸놀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다.
「또 하루가 지났으나 그의 의식은 아직 몸 밖에 있다.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한마디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과 탄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두번째 자연배변, 냄새에 익숙해진다. 농담을 알아듣고 흐흥, 흐흥하며 흰 이를 드러내고 처음 웃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오른쪽 눈이 움직여 좋다. 성공적으로 봉봉을 마셨다 따봉. 귤 한개를 제손으로 까서 먹었다」는 기쁨과 안도로 서서히 바뀐다.
「새벽에 첫눈이 왔다. 신이시여! 이 친구에게 새벽을 느끼게 하소서」라고 쓴 어느날의 일지 밑에는 「우리 조금만 더 참자. 고통과 괴로움이 기쁨 웃음 행복으로 바뀔 날이 멀지 않다. 우리 가정의 기둥이자 울타리라는 책임감과 젊음이 있기에 너는 극복할 것」이라는 부친의 눈물어린 소망도 보인다.
그 외아들은 친구들이 92년 새해 첫날 일지에 「그가 일어나 우리 마음속에 무겁게 걸려 있는 묵은 달력을 찢어 내는 날 우리의 새날도 비로소 시작하리라」고 썼듯이 얼마 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최근 저술한 「재즈 재즈」란 책을 어서 보고 싶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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