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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개발독재정권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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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개발독재정권 “흔들”

입력
199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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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미얀마·말련 등 곳곳 「중산층들의 반란」/발전 명목의 기본권제한 갈수록 설땅 잃어최근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은 동남아 개발 독재·권위주의 정권들이 직면하고 있는 「정당성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시민 5,000여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집권당이 야당 인도네시아민주당(PDI)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당수를 거세하기 위해 PDI내 친정부 세력을 지원, 새 당수를 선출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 시위가 의미있는 것은 집권 29년째를 맞는 수하르토 대통령(75)정권이 그동안 「안정=발전」이란 등식아래 정당화해온 기본권 제한과 야당 탄압을 총인구 2억명 중 1,3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도네시아 중산층이 더이상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같은 현상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미얀마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70)의 15년 집권기간 동남아 국가중 에서도 모범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88년이후 연평균 9%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거듭, 총인구 2,000여만명 중 60%가 월평균 소득 800∼1,000달러의 중산층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중국계에 비해 열악한 다수 말레이계의 경제력을 보완하기 위해 취해진 「푸미푸트라 정책」이 지속적인 특혜로 정착되자 이에 대한 중국계와 인도계의 반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정책에 대한 주민 저항도 만만찮다. 지난달 19일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이 주민의 환경영향평가 참가권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52억달러를 투자해 건설중인 바쿤 수력발전댐 공사를 무효화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필리핀에서는 92년 집권한 피델 라모스 대통령(68)이 최근 헌법의 연임금지 조항을 수정, 재출마할 의도를 보이자 「호헌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호헌파들은 라모스가 이룬 눈부신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그의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개헌파의 주장을 『독재회귀 음모』라며 일축하고 있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린 싱가포르의 이광요(리관유) 전 총리(72)는 5월말 콘도를 특혜분양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의회에 출석,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누구도 비난으로부터 초연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싱가포르 집권 인민행동당(PAP)에 대한 지지율도 70년대 75%선에서 90년대 60%선으로 떨어졌다.

태국은 84∼93년 연평균 8.2%의 경제 성장률에 힘입어 성장한 중산층의 힘이 92년 수친다 크라프라윤 군부정권을 타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지여사의 민주화투쟁이 더이상 외롭지 않게된 것도 군부독재정권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의 존재때문이다.

동남아는 지난 10여년간 고도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최고의 성장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는 강력한 정권의 성장 드라이브가 견인차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따라 형성된 중산층은 개발독재 정권에 변화를 강요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배연해 기자>

◎연금해제 1년 수지 여사/국제여론 호소에 독자헌법 추진/제한된 자유속 현정부 2중 압박

미얀마 민주화의 기수 아웅산 수지 여사(51)가 6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지 10일로 1년이 됐다.

88년 1만여명이 숨진 8·8 민주화시위를 진압하고 집권한 미얀마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는 90년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수지여사를 가택에 연금, 국민들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SLORC가 지난해 수지여사의 연금을 해제한 것은 정권 유지에 자신감이 생긴데다 연금 지속이 국제여론을 악화시켜 경제활성화를 위한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수지여사의 연금해제 1주년을 맞아 이날 발표한 보고서도 SLORC의 계산을 잘 꿰어 보고 있다. 지난 1년간 미얀마의 민주발전에 진척이 없었다고 평가한 이 보고서는 수지여사의 연금해제가 호의적인 국제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기만책」으로 판명됐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그러나 수지 여사는 「기만전술」이 가져다 준 제한된 자유를 값있게 활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 비합법적인 현정부 아래서의 대미얀마 투자 자제를 촉구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독자적인 민주헌법 제정을 선언하고 외국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SLORC는 이에 대해 관영매체를 동원, 수지여사는 외세에 아첨해 국가 법과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미중앙정보부(CIA)의 꼭두각시라며 미얀마를 떠나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90년 총선 결과를 수용하라는 수지 여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SLORC도 말이 없다. 당시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주국민연맹(NLD)이 전체 485석중 392석을 차지한 반면, 군사정권이 후원하는 국민통합당(NUP)은 10석을 얻는데 그쳤었다.<최서용 기자>

◎인니 정정 불안 심화/수하르토 와병설속 후계 불확실/수출부진 등 경제주름살 우려도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75)의 29년 장기집권 체제에 미묘한 균열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7일 신병치료차 독일로 감에 따라 증폭된 건강악화설이 이미 조짐을 보여온 정정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정불안은 우선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에서 오고 있다. 수하르토가 98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기때문에 집권 골카르당내에는 현재 2인자가 부각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수하르토의 건강 악화는 자칫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현재 후계자로는 수하르토의 장녀로 골카르당의 직능그룹 부총재인 하르디얀티(47)와 사위인 브라보 스비안토 특전사령관(44), 군사령관 출신의 트리 수트리시노 부통령(60) 등이 꼽힌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후계구도의 밑그림은 내년 6월 총선이후에나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는 2,000만명이 새로 투표권을 갖게 돼 「유권자 세대교체」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야당지도자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집권당을 위협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딸 메가와티는 지난달 여당의 야당 와해공작에 의해 인도네시아민주당(PDI) 총재직에서 축출됐지만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수하르토의 와병설은 경제에도 상당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것은 경제가 자율적 발전과정을 밟은 게 아니라 수하르토 대통령의 개발전략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결과다. 미국제개발국(AID)의 한 관리는 최근 인도네시아 정치제도가 수하르토 대통령 1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의 와병설에 따른 정치불안은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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