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태양 밤에도 지지않는다/어학원·극장·볼링장도 심야시간대 “북적”「낮에는 일, 밤에는 휴식」이라는 당연한 생활리듬이 깨지고 있다. 밤과 낮이 뒤바뀌고 오히려 밤에 더 활동이 분주해지는 「올빼미족」이 늘어나기 때문. PC통신 등 정보망이 신세대의 생활양식을 주도하고, 재택근무의 확산 등 기존의 근무형태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면서 등장한 이들 올빼미족은 하루의 전시간대를 활용하며 「밤을 낮처럼」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낮에는 꽉 짜인 일과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을 밤시간에 해내려는 열성파 젊은이들도 가세, 젊은이들의 야행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올빼미족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사냥꾼들. 인터넷 정보검색을 위해서는 주로 밤시간을 이용해야 하는 데다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보장되기 때문. 각 기업마다 신속한 해외정보검색을 위해 인터넷 정보검색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있으며 전문정보제공업체 등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현재 100여명의 인터넷 전문가들이 그룹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인터넷 정보제공업체인 인포메이트의 이연휘씨(35·여)는 『국내 7∼8곳의 인터넷 전문업체에 대략 50여명의 인터넷 정보검색사가 프리랜서 등의 형태로 활동중』이라며『데이콤 등 PC통신망을 이용해 해외정보서비스를 검색하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전산입력이나 번역업무 등 전문적인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들이 「밤일」로 각광받는다. 서울 잠실의 T멤버쉽사에서 밤중에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팩스나 통신내용을 점검하고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윤창희씨(28·여)같은 이가 대표적인 경우.
PC통신은 비전문가 올빼미들의 세상.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의 통신서비스는 밤10시가 넘으면 접속이 쉽지 않다. 가까스로 접속해도 이용자들의 폭주로 속도가 떨어지거나 접속이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수백개의 사설통신서비스가 대부분 밤에만 운영되고 있지만 다른 이용자를 제치고 접속에 성공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이렇게 밤시간대에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자 나우누리는 여름특별메뉴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심야게시판」을 마련, 호응을 얻고 있다.
밤시간의 자기계발 열기도 뜨겁기는 마찬가지. 영어학원 등의 저녁시간대 강좌에는 직장인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몰려 북적댄다. P영어학원의 마지막 강좌인 하오 8시강좌는 늘 일찌감치 정원이 마감된다. 이 학원 이영주차장은 『야간강좌에는 직장인과 대학생의 비율이 6대 4정도 된다』며 『밤시간까지 쪼개서 사용하려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미생활도 밤에 이루어 진다. 볼링장에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는 하오 7시에서 10시 사이이며 24시간 영업을 하는 당구장이나 실내골프연습장도 자정에 임박한 시간에 가장 붐빈다.
올빼미족들 덕분에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야식업소나 편의점 등 24시간 영업점들. 서울 강남일대에는 이들을 겨냥해 밤늦은 시간까지 피자 등을 배달해주는 가게들이 성업중이다. 강남 역삼동 P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 조상환씨(20)는 『인근 오피스텔이나 사무실 등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 회사원들이 밤늦은 시간에 피자를 찾는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43)는 『과거 낮시간대가 주활동시간이었던 데 반해서 최근 밤시간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중심이탈(De―Centering)현상의 한 단면』이라며 『효율적인 시간활용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환락과 타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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