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1년,기대되는 장래작년에 창단된 서울발레씨어터가 두번째 정기공연(6.29∼30 문예회관)을 가졌다. 신생단체답게, 또한 구성원들의 특별한 의욕을 대변하듯 그들의 1년은 활기차고 다양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국립에서도 운영이 만만치 않은 발레단 재정을 30대의 두 젊은이(김인희단장과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들이 발레라는 춤사위를 자유롭게 풀면서 개인적인 시각을 담아내려는 우리 무용계의 신세대임을 확인하는 즐거움과 어려운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공존했던 셈이다. 이러한 양분된 느낌은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자연스레 정리됐는데 지난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동시에 앞으로의 지속적인 활동을 점치게 하는 지구력까지 내보였기 때문이다.
「네 개의 기질」은 조지 발란신 작품으로 한국 초연작이다. 발란신의 특징이라면 우선 매끈한 미모(길고 부드러운 사지와 발레로 훈련된 근육)와 탁월한 기교를 꼽게 된다. 발레리나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그 자체를 춤의 목적으로 삼았던 만큼 놀라운 탄력과 다양한 기교가 들어 있다. 연은경의 활약과 더불어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무대는 한국 초연으로서의 의미를 크게 했다.
로이 토비아스가 안무한 「폴로네즈」는 세 쌍의 남녀가 번갈아가며 춤추는 형식으로 옛날 춤곡에 옛 춤의 스텝들이 담겨 있어 고풍스런 느낌과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제임스 전이 연속적으로 안무한 「현존 Ⅱ」는 사실상 서울발레씨어터의 얼굴이다. 그의 매력이라면 소재 선택의 자유로움과 솔직함 그리고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하는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현존 Ⅱ」를 보면서 이 점을 재확인했는데 인간의 모습들 중에서 아픈 곳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시각은 확실히 독특하다. 권선징악이라는 귀결을 놓고 예쁘고 선한 몸짓을 하는 것이 춤이고 심지어 인간의 삶과 철학을 춤춰 보이겠다는 거짓말이 통하는 세상에서 그는 밝히고 싶지 않은 추한 모습에 접근한 유일한 안무가일 것이다.
무대 오른쪽에는 고물차가 서 있고 깨진 유리창이 유난히 강조된 공간은 창고 안에 꾸며진 거대한 디스코텍이다. 그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마약과 매춘이 판을 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곽규동을 통해서 격렬한 구원의 외침을 강조한다. 현실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고발이 난장판이 된 무대에 숨은 그림으로 담겨 있다. 난장판과 숨은 그림은 따로도 재미있지만 연결시켜보면 한 순간 숙연해진다. 춤에서 이런 순간을 보기란 쉽지 않다.<문애령 무용평론가>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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