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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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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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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르고 있던 잉코 한쌍이 하오 들어 갑자기 졸기 시작했다. 집안이 너무 조용해 오래전부터 길러 와 정이 든 새다. 조금 시끄럽기는 해도 아침 일찍부터 집안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마음에 들어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무슨 병이 들었는지 활기를 잃은 것이다. ◆깜짝 놀라 이를 산 새집으로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새집 주인은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뜸 「채소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잉코는 이미 빈사지경을 헤매고 있었다. 새장 한구석에 걸려 있는 채소 한 조각이 아주 두렵고 무섭게 느껴지기만 했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사다놓은 배추 포기가 아주 탐스러웠다. 노란 속은 입맛을 돋우기에 아주 충분했다. 이를 보다가 문득 그동안 야채를 먹지 못하고 모이만 먹은 잉코 생각이 나 배추 속 두 잎을 물에 씻어 새장에 찔러 주었다. 예상대로 잉코는 정신없이 노란 속을 쪼아 먹었다. ◆이때문에 잉코는 죽었다. 배추에 묻은 농약이 그 원인이었다. 배추 속도 이러한데 겉의 파란 잎을 주었다면 잉코는 더 빨리 죽었을 것이다. 잉코가 죽는 것을 보고 시중에 팔고 있는 야채에 얼마나 많은 농약이 묻어 있고, 이를 먹고도 견디는 인간이 얼마나 「독한가」를 새삼 느꼈다. ◆불량 유해식품 문제가 꼬리를 물고 있다. 병든 소의 고기가 불법유통되고 있고 유기농산물에서도 유해물질 검출논란까지 일어났다. 유기농산물이 이렇다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식품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유기농산물의 기준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불량 유해식품의 범람이 이처럼 계속된다면 우리가 「잉코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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