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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투명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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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투명하게(사설)

입력
199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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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정부 방침이 불투명해서 쓸데없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민영화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확실한 정책방향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영화를 할 경우 재벌을 참여시킬 건가 말 건가 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져 재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나웅배 부총리가 사회간접자본(SOC)재원조달을 위해 담배인삼공사를 팔겠다고 불쑥 말을 꺼낸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청회를 열어 공기업 민영화에 재벌을 참여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정부가 뭔가 복안을 갖고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복안이 어떤 건지 알 수 없어 재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서 큰 원칙과 확고한 정책방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뒤 기업단위로 면밀하게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여론의 검증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

철도처럼 비효율과 낭비가 극에 달해 있는 부문은 민영화가 시급하지만 포철처럼 세계 일류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멀쩡한 기업을 서둘러 민영화시키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은 어떤 부문, 어떤 기업을 민영화할 것이냐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SOC재원조달이 급하니까 담배인삼공사를 팔아야겠다는 식은 곤란하다.

처분할 기업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그 기업을 왜 팔아야 하며 기대 실익은 무엇인지를 명백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민영화가 좋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재벌을 참여시키는 문제도 현실적으로 재벌이 아니면 인수할 기업이 없으니까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포철이나 가스공사처럼 많은 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이 재벌 수중에 들어가면 그 이익은 재벌선단내 비효율적인 기업, 한계기업을 지탱하고 회생시키는 자금으로 쓰여지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으로 있으면 그 돈이 재투자돼 더 높은 효율성과 강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다. 이런 기업을 굳이 서둘러 민영화시키는 것이 옳은지는 여론의 충분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공기업은 국민의 것이므로 몇 사람의 실세가 밀실에서 결정해서는 안된다.

특혜적 이권 배분에 따른 잡음과 경제력 집중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항상 대의명분이 뚜렷하고 모든 절차가 공명정대해야 한다. 6공 때 이동통신사업권이 정권적 차원의 문제거리가 됐던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불투명한 태도나 즉흥적 언행으로 공연한 오해나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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